청와대,연내 내각제 개헌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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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연내 (年內) 내각제 개헌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지금은 경제가 어려운 때이므로 내각제 개헌 시기가 조정돼야 한다" 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올해 말로 돼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내각제 합의시한의 연기론을 공개리에 언명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내년 봄 16대 총선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각제 개헌시기를 상당기간 미루자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에 따라 내각제를 둘러싼 공동정권 내의 갈등이 점차 표면화하고 있다.

자민련은 이에 대해 즉각 발언 진의와 경위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자민련 내부에서도 순수내각제 대신 2원집정제라는 대안이 제시되는 등 방식.시기에 대한 여러 갈래의 소리가 나와 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혼선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올해는 개혁과 철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는 정치개혁을 이룩해 내야 한다" 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잘 의논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각제 개헌시기 조정 배경과 관련, " (내각제 개헌) 약속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 (IMF)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으며 현재 실업자가 1백60만~1백70만명에 이르고 있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계속하지 않으면 브라질과 같은 외환위기의 재발가능성이 곳곳에 있으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 우선정책을 펴야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내각제 개헌은 대국민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킬 것" 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 속에서 내각제 문제를 공론화하면 정국이 바로 내각제 개헌문제에 빠져들게 되며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그는 "16대 국회로 내각제 문제가 넘어간다면 내각제 개헌이 생각처럼 잘 될 수 있겠느냐" 는 질문에 "걱정없다" "이제 1년이 지났고 앞으로 4년이 남았다" 고 답했다.

그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합당문제에 대해 "그것은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온 말일뿐 전체의견으로 보면 안되며 논할 단계도 아니다" 고 지적했다.

◇자민련 =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은 "권한 밖의 사람이 중대한 국가적 문제를 경솔하게 언급, 대통령과 국민에게 걱정과 불안감을 준 용납할 수 없는 일" 이라며 " 적절한 설명이 없을 때는 우리당과 국민의 커다란 저항에 직면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李대변인은 또 "내각제문제는 국민 사이에 믿음과 신의의 차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문제로서 이것이 깨질 경우 국가경영에 엄청난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며 떳떳하게 발언의 진의와 경위를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박태준 (朴泰俊) 총재는 내각제 개헌 절충안으로서 2원집정제의 타협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고 도쿄 (東京) 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朴총재가 16일 회견에서 "金대통령과 金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2원제도 있다. 타협하기에는 적당한 조건으로 생각한다" 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연홍.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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