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냐 사무실이냐 … 기구한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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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토해양부가 23일 전세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허용 범위를 전용면적 85㎡ 이하로 확대하자 오피스텔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바닥난방 허용 범위는 오피스텔을 어느 범위까지 주거용으로 인정할 것이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4년 6월 오피스텔 건축기준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온돌·온수온돌 또는 전열기 등에 의한 바닥난방을 설치하지 않을 것’이란 문구를 넣었다. 건축법상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쓰이면서 안전·환경과 세제 운용에 문제가 생기고,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쓰더라도 국세청 단속에 걸리지만 않으면 1가구 2주택 등 주택 수 산정에서 빠지고, 사실상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정부의 오피스텔 정책이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 밀집지역.


하지만 정작 오피스텔 관련 논란을 만든 것은 정부다. 1988년 오피스텔 건축 기준이 제정될 때는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업무용이어야 허가를 내줬다. 주거용으로 쓰기 어렵게 한 것이다. 하지만 98년 이를 50%로 완화하면서 주거용으로 쓰는 비율이 확 늘었다. 오피스텔 투기가 늘자 정부는 2004년 이를 다시 70%로 고쳤다.

같은 해 도입된 것이 바닥난방 금지다. 바닥난방을 못하게 하면 주거용으로 쓰기 어려울 거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었다. 실제로 규제가 강화되자 2003년 594만㎡였던 연간 오피스텔 건축 허가면적은 2005년 6분의 1도 안 되는 93만㎡로 확 줄었다.

그러나 이후 주택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정부는 조금씩 오피스텔 바닥난방 규제를 풀었다. 정부는 2006년 말 전용면적 50㎡ 이하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허용하면서 “소규모 오피스텔의 경우 폐해가 적으며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인정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올해 1월엔 “1~2인 가구용 주택 수요를 흡수한다”며 허용 범위를 전용 60㎡ 이하로 넓혔다. 이번엔 전셋값을 잡는 데 필요하다며 전용 85㎡ 이하의 중형 오피스텔까지 규제를 풀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전세난 해결이 급한 데다, 모든 오피스텔을 허용한 것이 아니어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한성대 민태욱(부동산학) 교수는 “정부는 오피스텔이 사무실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주거용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등 수시로 오락가락했다”며 “일관성 없는 정책에 임대사업자는 물론 세입자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분양컨설팅업체 한아름기획의 강주택 사장은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하되, 필요하다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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