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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쟁 붙여라, 통신요금 내려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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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한국소비자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가 간 이동전화 요금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요금 수준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국제 요금 비교의 연구방법론에 대해 비판하고, 국내 요금 수준의 적정성을 옹호하자 일각에서는 사업자가 할 일을 정부가 대신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휴대전화가 생활화돼 있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국내 요금이 높다는 지적을 반박하는 상황이 못마땅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가 앞장서서 요금을 인하하도록 조치해 준다면 더없이 고마운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쟁점을 두고 우리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정부의 역할과 관련된 부분이다. 통신산업에 있어 정부의 첫 번째 소임은 소비자잉여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통신요금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면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소매요금의 인하를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이미 민영화된 이동통신시장에서 쉽지 않으며 외국에서도 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이동통신시장은 독과점적이기는 하나 시내전화와 같이 독점적인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처방이 오래전부터 모색되어 왔다.

첫째 대안은 이동통신시장에서 요금경쟁이 촉발될 수 있도록 현행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은 요금 책정의 자율성을 높이고, 후발사업자와의 요금경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둘째로 이동통신시장의 소매 단계에서부터 경쟁을 도입하는 재판매사업자 진입정책도 이미 추진되고 있는 방안이다. 이상의 두 가지는 이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반영되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로는 유럽 각국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선불요금제의 활성화 부분인데, 이 또한 USIM칩 기반의 WCDMA 휴대전화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도입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

이러한 세 가지 계획이 순조롭게 실현된다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유무선 결합판매를 통한 할인효과와 더불어 이동전화 요금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정부의 또 다른 역할은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통신업체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통신산업정책은 그간의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해 방송 등의 다른 분야에 비해 비중이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통신사업자의 망 고도화 투자 - 신규서비스 활성화 - 다양한 단말기의 출현 및 성능 개선 등으로 이어지는 통신시장의 선순환이 이뤄지기 위해 투자는 여전히 중요하며, 투자 이행도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또한 중요하다고 하겠다.

통신서비스에서 소비자 혜택을 확대시키는 데 인위적인 요금 인하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자율적으로 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시장구조와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아울러 요금 인하를 고려하되 기업의 신규 투자가 원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사업자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를 고려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