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생활화돼 있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국내 요금이 높다는 지적을 반박하는 상황이 못마땅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가 앞장서서 요금을 인하하도록 조치해 준다면 더없이 고마운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쟁점을 두고 우리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정부의 역할과 관련된 부분이다. 통신산업에 있어 정부의 첫 번째 소임은 소비자잉여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통신요금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면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소매요금의 인하를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이미 민영화된 이동통신시장에서 쉽지 않으며 외국에서도 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이동통신시장은 독과점적이기는 하나 시내전화와 같이 독점적인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처방이 오래전부터 모색되어 왔다.
첫째 대안은 이동통신시장에서 요금경쟁이 촉발될 수 있도록 현행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은 요금 책정의 자율성을 높이고, 후발사업자와의 요금경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둘째로 이동통신시장의 소매 단계에서부터 경쟁을 도입하는 재판매사업자 진입정책도 이미 추진되고 있는 방안이다. 이상의 두 가지는 이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반영되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로는 유럽 각국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선불요금제의 활성화 부분인데, 이 또한 USIM칩 기반의 WCDMA 휴대전화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도입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
이러한 세 가지 계획이 순조롭게 실현된다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유무선 결합판매를 통한 할인효과와 더불어 이동전화 요금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정부의 또 다른 역할은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통신업체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통신산업정책은 그간의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해 방송 등의 다른 분야에 비해 비중이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통신사업자의 망 고도화 투자 - 신규서비스 활성화 - 다양한 단말기의 출현 및 성능 개선 등으로 이어지는 통신시장의 선순환이 이뤄지기 위해 투자는 여전히 중요하며, 투자 이행도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또한 중요하다고 하겠다.
통신서비스에서 소비자 혜택을 확대시키는 데 인위적인 요금 인하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자율적으로 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시장구조와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아울러 요금 인하를 고려하되 기업의 신규 투자가 원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사업자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를 고려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