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전한 방송 중립적 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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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방송개혁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방송개혁방향에 대한 두가지 입장을 밝혔다.

상업성에 치우친 방송 현실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과 권력으로부터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방송의 틀을 짜라는 당부였다.

향후 방송개혁 방향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시점에서 대통령의 지적과 당부는 3개월 시한으로 발족되는 방송개혁위의 개혁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시사를 담고 있다.

방송의 상업성과 중립성 문제는 우리 방송이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다.

"최근 방송이 선정적이고 부정적인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 흥미위주로 말초신경을 자극, 사회의 건전성을 이끄는 사명에 소홀했다" 는 대통령의 지적은 지금 방송이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점을 적절하게 지적한 것이다.

기성.괴성으로 뒤범벅되는 청소년 가요프로에 모방범죄를 촉발할 사건 재연 프로, 불륜과 사랑타령으로 일관하는 그 숱한 드라마가 모두 시청률과 연관된 방송의 상업적 타산이 빚은 결과다.

사회적 여론으로 떠오르면 혁신적 개혁을 한다고 떠벌리고는 시간이 흐르면 또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게 우리 방송의 현실이었다.

방송 종사자들인들 이런 문제를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사연이 시청률 확보 때문이다.

겉으로는 방송의 건전성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청률의 포로가 돼 있는 내부의 구조적 틀을 깨지 않고서는 방송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공영과 민영의 분명한 차별화를 해야 한다.

공영방송을 내걸고 수신료와 광고료를 동시에 거둬들이니 시청률의 포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공영방송으로서 확실한 위상정립을 해야 할 것이다.

민영방송이라 해서 방송의 건전성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폭력과 선정성에 대한 종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참신한 기획과 연출로 방송의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거듭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방송위원회의 시정과 경고를 무시하거나 경고 자체를 시청률 상승의 훈장으로 여기는 풍조로는 방송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런 풍조를 뿌리뽑을 방송위의 심의기능과 효력이 법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통합방송법이 4년여 세월을 끌다 방송개혁위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방송장악이라는 정치적 음모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의 중립성 방안을 기대한다는 당부는 곧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면서 독립적 기능을 할 방송위원회의 위상을 마련하라는 의지로 보인다.

방송개혁위의 역할은 막중하다.

첨단정보와 대중적 복합미디어로 역할할 방송과 통신의 큰 틀을 짜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

방송의 중립과 건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초점을 모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송법안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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