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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일은 소액지분 없애라'요구 정부 수용할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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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제일은행이 외국계 은행에 인수되기 앞서 두 은행의 소액주주 지분이 전량 소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두 은행의 인수를 희망하는 유력 외국 금융기관이 앞으로 소액주주들이 인수과정 및 인수후 경영내용에 대해 잇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우려해 이들의 지분을 전량 소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로선 매각협상을 원만히 타결짓기 위해 인수 희망기관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요구를 해온 곳은 홍콩상하이은행 (HSBC)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외국 금융기관들은 자국에서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지분권 행사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다 최근 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이 전직 임원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두 은행의 잠재부실이 추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소액주주 지분을 전량 소각해 아예 말썽의 소지를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제일은행은 각각 정부 지분이 93.75%고 나머지는 소액주주들의 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소액주주 지분을 전부 소각하고 나면 정부 지분과 매각과정에서 새롭게 발행해 인수기관에 넘기는 신주(新株) 발행분만 남는 셈이다. 인수기관으로선 이처럼 정부지분과 자체지분만 남게 되면 주주총회를 번번이 열 필요도 없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경영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된다.

반면 두 은행의 최대주주인 정부는 주식 소각에 따라 주가가 내려가면 매각가도 덩달아 낮아져 그만큼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금융감독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서울.제일은행이 증권거래소에 '두 은행의 해외매각 협상과정에서 기존 주식의 소각문제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식투자에 유의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시를 낸 이후 10일 주당 9천6백50원 (서울), 9천50원 (제일)이었던 두 은행의 주가는 14일엔 각각 7천4백원, 7천1백40원으로 급락한 바 있다.

정부는 주식을 소각할 경우 보상없이 그냥 없애는 무상소각과 두 은행이 일정가에 소액주주 지분을 사주는 유상소각중 유상소각 쪽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그러나 유상소각시 매입가격을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추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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