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27일 열리는 국정협의회에서 과연 한판 붙을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양당 모두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서로에 섭섭한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왔고 "다음번 국정협의회 때 보자" 며 별러왔기 때문. 김종필 (金鍾泌) 총리
주재로 열리는 회의에는 국민회의에서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과 김영배 (金令培) 부총재 및 당 3역, 자민련은 박태준 (朴泰俊) 총재와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 및 당3역이 참가한다.
거기에 청와대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까지 참석하는 명실상부한 공동정권의 최고 협의기구. 현재까지 잡힌 회의의 공식 의안은 ▶청문회.예산안 통과 등 국회대책 ▶교원정년 조정안 등. 그러나 양당의 토론이 그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두 당이 격돌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우선 최장집 (崔章集) 대통령자문기획위원회 위원장 문제. 金총리는 지난 13, 14일의 대정부 답변에서 "崔교수의 논문이 옳다고 생각지 않는다" 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국민회의가 "기본적으로 崔교수와 언론사간의 논쟁이고 법원이 다루고 있는 사안인데 총리가 법원 판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며 강하게 반발했다.
따라서 지난 5일 이후 22일만에 열리는 이번 국정협의회에선 청와대나 국민회의 어느쪽에서든 이 부분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金총리가 이와 관련, 최근 톤을 낮추고는 있지만 본질적인 대목이어서 적당히 지나치지 않을 게 뻔하다.
양당이 서로에 불쾌한 부분은 이밖에도 많다.
국회 대정부 질문 때 자민련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각제를 빨리 시행하라" 며 몰아붙였다.
정부의 햇볕론을 놓고서는 야당 못지 않게 비판의 날을 세워 찔러댔다.
제2건국운동에 대해서도 지지는 고사하고 깎아내리는 발언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선 국민회의가 자민련쪽에 "이런식이면 곤란하지 않느냐" 는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자민련은 "이론무장을 철저히 하고 국민회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자" 며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어차피 공동여당 내에서의 차별화를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는 자민련이다.
따라서 국민회의가 공동여당의 고삐를 씌워 운신과 발언의 폭을 제한하는 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당간에 갈등을 빚는 사안들은 한결같이 민감한데 이번 회의가 서로의 감정을 푸는 전기가 될지, 아니면 서로의 차별성만 확인하는 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김종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