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선제공격 금지하자”독일 슈뢰더 나토에 변화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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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좌파정권이 이번에는 핵무기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 서방의 핵 (核) 전략에 큰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자 미 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슈뢰더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의 핵심 전략중 하나인 핵선제공격을 금지하자는 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슈뢰더 정부는 다음달 8~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NATO 외무각료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고, 내년 4월 미 워싱턴의 NATO 50주년 기념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내용을 선언할 예정이다.

선언의 골자는 서방이 핵무장 해제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NATO가 선제 핵공격을 배제하자는 것.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최근 슈피겔지와의 회견에서 "독일은 핵 억지 전략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NATO에 이 전략을 새롭게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고 밝혔다.

냉전 종식과 함께 옛 소련의 위협이 사라진 지금 NATO의 핵선제공격 전략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독일의 입장이다.

또 핵선제공격 금지선언을 통해 제3국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고 인도.파키스탄처럼 신생 핵개발국의 대량살상무기 의존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영국.프랑스 핵보유 3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아오며 서방의 핵선제공격을 지지해온 독일의 이같은 노선 수정은 서방의 핵정책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독일의 새로운 핵전략 개념은 이에 호응하는 유럽내 좌파정권 국가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NATO 일원인 캐나다는 핵선제공격 금지를 찬성한 상태다.

게다가 연정에 참여중인 독일 녹색당은 70년대말 미국 퍼싱미사일의 서독 배치를 계기로 반핵운동에 참여했던 운동권 출신들이 포진, NATO 해체도 주장하고 있어 미국 등 핵보유국과 마찰을 빚을 전망이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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