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전세낀 주택팔기 '하늘의 별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서울 봉천동에 사는 金모씨는 8천만원에 전세를 끼고 사놓은 사당동 극동아파트 때문에 골머를 앓고 있다.

자금사정이 어려워 집 살때 받은 4천만원의 대출금 이자를 제때 못내 집이 경매처분 당할 판이다.

金씨는 그래서 주변보다 20%를 싸게 내놓았는데도 융자금이 많다며 거덜떠 보지않아 속상해 하고 있다.

요즘 은행융자가 많은 집이 안팔려 야단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전반적으로 거래가 안되지만 은행융자.전세금이 많은 중고주택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대출금리가 높아 그만큼 이자부담이 크고 전세가 잘 안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너무 주택업체 위주의 주택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중고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소리가 높다.

기존 주택이 안팔리고 전세거래가 안돼 개인파산자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주택업체를 살리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신규 아파트에 대한 좋은 조건의 중도금 대출지원과 양도소득세 면제및 취득.등록세 감면.아파트 재당첨및 전매 제한규정 폐지 등 여러가지 혜택과 규제완화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고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는 전세금 반환자금 지원밖에 없고 그나마 대출조건이 좋지 않아 이용자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정부가 중고주택 거래측면을 너무 등한시한다고 불평한다.

기존 주택 거래가 잘돼야 신규 아파트도 많이 팔리는데 정부는 유독 2~3년 뒤에나 입주되는 신규 분양 아파트 촉진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근래들어 전세금 및 은행빚을 못갚거나 집이 안팔려 알거지가 된 사람이 무지기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은행 대출금 상환이나 전세금 반환 목적으로 매매하는 주택에 대해서도 신규 주택매입때 부여하는 양도세 면제 등 세제혜택은 물론 매입자에 대해 좋은 조건의 융자도 병행해 주어야 한다" 면서 "이런 집이 팔려야 개인 파산을 방지할 수 있다" 고 지적한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한영란 (42.여) 씨는 "은행돈을 쓴 주택은 대출금에 대한 이자돈이 비싸 살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면서 "정부가 이런 주택이 잘 팔리도록 지원해야 집주인및 세입자들의 경우 파산을 면할 수 있고 금융권도 부실채권 정리에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을 다 갚지못할 경우 일부 상환하고 나머지는 다시 대출 연장을 해주기도 하지만 금리를 1~2% 포인트 올려 요즘처럼 불경기에 이자내기도 어려워 결국 은행돈을 못갚아 경매에 넘어가는 일이 흔하다.

한편 전세거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금 반환자금 대출실적은 전체 책정금 3천억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1천7백여억원에 거쳐 수요자들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