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고바야시-이창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神算의 다른 점

제8보 (144~169) =고바야시9단의 불가사의한 실수로 인해 백들을 잡은 것은 난파선을 타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다가 등대 불빛을 발견한 것과 같았다.

그렇지만 고바야시가 이 석점을 놔준 것도 그것으로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니 비록 미세해졌다고는 하나 승부는 여전히 백의 수중에 있었다.

더구나 끝내기는 어려운데 초읽는 소리는 빚쟁이보다 더 박정하게 재촉을 해댄다.

이런 아수라의 상황에서도 李9단은 상변의 145쪽에서 한수에 1분씩의 시간을 벌며 필사적으로, 그러나 냉정 침착하게 주판알을 퉁기고 있었다.

검토실에선 李9단이 '참고도' 흑1 아니면 좌상을 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 흑의 다음 수는 149. '참고도' 흑1이면 백2로 젖혀 잇는다.

다음 흑5로 두게 되는데 여기서 백은 6, 8로 귀를 조여온다.

12까지의 선수도 기분 나쁘고 백이 A로 두면 아예 빅이 된다.

그런 점에서 작아보이는 149가 가장 컸던 것이다.

152는 선수며 154는 장차 '가' 의 끝내기를 선수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곳. 이제 우상 쪽은 흑의 차지가 된 셈인데 李9단은 161, 163등으로 계속 시간 연장책을 쓰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뿐이었다.

결국 그가 선택한 수는 167.이 수가 어음이라면 168은 현찰이다.

불리하면 누구나 현찰 쪽에 손이 가게 마련인데 李9단은 반대였다.

그것은 놀라운 인내였다.

박치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