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인전용영화관 허용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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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년부터 성인전용영화관이 등장할 듯하다.

정부규제개혁위원회는 내년 상반기부터 모든 영화와 비디오의 완전등급제 도입과 아울러 성인전용영화관 설립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영화 사전심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 나온 이래 숱한 논쟁의 대상이 돼 왔던 성인전용영화관의 수용여부가 이로써 일단 끝난 셈이다.

완전등급제란 성인전용영화관 허용을 전제로 한다.

또 청소년보호 차원에서도 전용관 허용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무원칙한 허용 남발로 청소년보호보다는 청소년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치밀한 논의와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강구돼야 할 것이다.

먼저 성인전용영화관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기본인식이 제대로 잡혀야 한다.

이른바 X등급영화관 허용을 성인들만의 놀이터를 하나 더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폭력과 섹스가 넘쳐 나는 영화를 청소년으로부터 격리하자는 데 그 본래 취지가 있다.

예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청소년을 폭력.음란영상물로부터 보호 한다는 두 가지 이유다.

이 때문에 선진국도 일찍부터 성인전용영화관을 허용한 것이다.

타율적 규제보다는 자율적 규제를 원칙으로 한다.

그만큼 문화의 성숙도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허용한 성인전용영화관이 관리가 제대로 안될 경우 오히려 청소년범죄의 소굴이 될 수 있고 음습한 폭력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청소년보호를 위한 격리장치가 아니라 청소년범죄를 부추기는 온상으로 전락할 소지가 우리 사회에는 충분히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입장을 상시적으로 막는 장치가 제대로 엄격히 지켜져야 하고 위반한 업소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폐쇄조처가 따르는 철저한 법의식을 전제로 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비디오의 경우다.

개혁위 안은 비디오대여점의 진열규정을 개선해 청소년 '대여가능' 과 '불가능' 으로 나눠 진열토록 한다는 것이다.

진열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비디오대여방 자체가 청소년비리의 온상처럼 떠오른 이때 음란물이 버젓이 있는 줄 아는 대여점에서 청소년 접근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한푼이라도 더 벌려는 업자입장에서 18세 여부를 가려 대여해 줄지가 문제다.

더구나 비디오대여방은 주택가 어디에나 흩어져 있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들을 어떻게 막을지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다음에야 성인전용영화관과 비디오대여를 허용하는 치밀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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