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마형 상가의 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서울 잠실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트리지움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맨 꼭대기인 5층(3967㎡)에는 개원을 앞두고 요즘 영어마을(영어체험학원) 만들기가 한창이다. 은행·경찰서·편의점·레스토랑·병원 등 24개 체험관이 들어선다. 실제 상황을 경험하면서 영어를 배우고 구사할 수 있는 시설이다. 단지 내 상가가 독특한 테마 상가로 변신한 케이스다.

획일적이고 단순한 점포 배치 형태에서 벗어나 대형 쇼핑몰에서나 볼 수 있었던 테마형 점포로 옷을 갈아입는 단지 내 상가가 늘고 있다. 아파트 주민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점포를 개발해 불경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테마도 가지가지=잠실 트리지움 단지 내 상가 5층에 들어서는 영어마을은 일대에 2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 학원 수요가 넉넉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상가 시행사 티디엠하우징 신현호 사장은 “일반 학원을 배치하는 것보다는 독특한 주제로 기존 학원과 차별화한 시설과 학원 운영을 통해 잠실 일대 학생들을 상당 부분 끌어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 12월 입점하는 서울 회현동의 남산 리더스뷰 단지 내 상가는 와인을 테마로 잡았다. 지상 1층엔 와인공원이 조성되고, 지하 1층에는 와인 전문 테마파크가 입점한다. 도심의 직장인도 수요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입주민이 중상류층이나 외국인들이어서 와인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상가로 분양하면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테마를 입혀 틈새를 공략하자는 의도다.

유럽형 명품 쇼핑 거리를 테마로 한 상가도 선보인다. 삼성건설이 용인시 동천동에 짓는 래미안동천 아파트(2393가구) 상가로 왕복 4차로 중심도로 500m 거리를 따라 걸으면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다. 2블록 상가는 명품 패션가로, 4블록은 고급 식당가로 만든다. 배후 단지가 중대형(109~338㎡) 중심의 고가 아파트(분양가 3.3㎡당 평균 1726만원)로, 입주민들의 구매력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에 들어설 커낼워크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는 인공 수로가 테마다. 단지 중앙에 조성된 길이 540m, 폭 5m 규모의 수로를 따라 걸으면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천 바다를 매립해 조성하는 송도 국제도시의 대표 상가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물과 수로를 테마로 잡은 것이다.

◆차별화 통해 침체 탈출=단지 내 상가의 변화는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업종 제한을 극복하고 기존 상가와의 차별화를 통해 단지 입주민뿐 아니라 주변 유동 인구까지도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래미안동천 상가 시행사인 영존I&C 김삼웅 상무는 “기존의 획일적인 상가 건물 설계와 점포 배치 등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과 집객 효과 등을 고려한 테마 상가를 조성함으로써 고객 흡입력과 점포 분양률을 동시에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가가 테마를 입으면서 분양률도 오르고 있다. 남산 리더스뷰 단지 상가는 이달 들어서만 1층 25개 점포 중 10곳이 팔렸다. 잠실 트리지움 상가의 경우 분양 개시 2년 동안 전체 250개 점포 중 30%가 미분양이었으나 최근 상가 5층을 영어마을로 조성하면서 한 달 새 분양률이 90%로 뛰었다. 상가 분양대행업체인 피케이아이앤디 문홍모 사장은 “고객 흡입력을 갖춘 점포가 들어설 경우 매출이 늘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가 많이 분양받았다”고 전했다.

조철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