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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외국인 직접투자 막는 보호주의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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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FDI 관련 법규 개정을 통해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추세다. 1992~2002년의 경우 FDI 관련 법규 개정 중 6% 정도만이 외국인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3~2004년에는 12%로 두 배가 됐고, 2005~2007년에는 21%로 다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남미 국가들의 경우 2007년에 개정한 FDI 법규 중 60%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비우호적인 것이었다. 더구나 이 같은 수치는 법률 등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만을 집계한 것이다. 외국 회사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진입 장벽을 높이는 등 법규 개정 없이 규제를 강화하는 사례는 확인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물론 FDI에 대해 비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모두 보호주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보호주의에 해당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 외국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것, 둘째 국내에서 사업하는 외국계 회사의 신규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FDI 보호주의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할지라도 자국의 공공 이익을 위한 조치들까지 보호주의라고 몰아붙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국가안보 분야나 외국계 기업의 국내시장 기여 확대 등의 문제다.

FDI 관련 보호주의는 최근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과거 선진공업국들은 투자 대상국들에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선진국들이 FDI에 대해 재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01년 9·11테러 이후 국가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했다. 외국투자위원회의 심사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신흥 공업국가의 기업들, 특히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영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나다·프랑스·독일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에서도 안보에 대한 우려가 국내산업 보호 조치로 이어졌다. 외국 자본의 투자에 대한 심사도 강화됐다. 중국·러시아 등 비롯한 신흥 공업국가들까지 이런 전례를 따르고 있다.

그나마 현재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보호주의 확산에 제동을 걸고 있다. 각국이 어려움에 처한 자국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외국인의 투자를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될수록 결국 보호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자산이 헐값으로 팔려나가는 데 자극받아 국수주의가 득세하게 될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우리는 90년대 후반 아시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 때 이미 이런 상황을 경험했다.

결론은 외국 자본의 투자 환경은 점점 악화될 것이란 점이다. 아직 보호주의가 만연하진 않았지만 미리 경계해야 한다. FDI와 관련된 각국의 보호주의 조치들을 감시할 객관적인 기구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칼 사우반트 미 컬럼비아대 지속가능국제투자센터장
정리=김한별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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