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비리 수사'배경 의혹 남긴채 매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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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 여권 정치인들의 연루설과 축소수사 의혹이 제기돼 수사팀 교체 등 파문을 일으켰던 '경성 비리사건' 이 일단락됐다.

검찰은 두달간에 걸친 재수사 끝에 정대철 (鄭大哲) 국민회의 부총재와 이기택 (李基澤) 한나라당 전 총재권한대행 등 여야 중진급 정치인들이 경성으로부터 이권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한국부동산신탁의 특혜지원 배경을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가 끝나 여전히 의문을 남기고 있다.

◇ 수사 전말 = 당초 이 사건은 경성그룹에 대한 특혜지원으로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신탁을 경영난에 빠뜨린 이재국 (李載國) 전 사장 등 경영진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출발했다.

검찰은 1차수사에서 이재국 전 사장 등이 경성그룹에 9백50억여원을 불법지원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재국 전 사장과 경성 이재길 (李載吉) 회장.이재학 (李載學) 사장 등 9명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정치인 및 전직 장.차관 등 15명이 경성그룹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한국부동산신탁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당사자들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정치 쟁점으로 번지자 검찰은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최종 결론은 당시 거명된 인사 중 구속된 鄭부총재와 김우석 (金佑錫) 전 내무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인은 금품수수 등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것. 두 사람의 혐의 또한 한국부동산신탁의 특혜지원 압력과 무관하게 다른 이권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어서 1차수사의 결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경성그룹이 지난해말 IMF 한파로 자금난에 빠지자 계열사 임원과 브로커 등을 통해 현 여권 정치인들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청탁에 실패했으며 돈을 건넨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의문점 = 검찰은 한국부동산신탁 이재국 전 사장이 경성그룹에 상식밖의 뭉칫돈을 특혜지원해 준 배경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정치인 개입여부 및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했지만 李전사장과 경성 관계자들이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계좌추적에서도 물증이 드러나지 않았다" 고 밝혔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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