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문화상품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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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번 중앙일보가 선정한 올해 상반기 히트상품의 공통점은 불황을 역이용하거나 급변하는 소비자 심리에 발빠르게 대응한 상품들이라는 것이다.

IMF '외침 (外侵)' 에 맞서 콜라주권 (主權) 을 선언한 독립콜라, 무조건 큰 차 선호풍조의 거품을 걷어 낸 경차 (輕車) ,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토종초콜릿,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귀신얘기를 영화화한 '여고괴담' 이 그렇다.

이들과함께 히트상품 반열에 오른 하나가 문화상품권이다.

'영화에서 프로야구까지' 거의 모든 문화.스포츠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상품권은 지난 3월 발매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1백만장, 50억원을 돌파하는 놀라운 판매실적을 올렸다.

출발 당시 문화소비 욕구가 위축된 IMF상황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문화소비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아이디어가 적중한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 상황에서 값비싼 백화점상품권이나 구두상품권 대신 'IMF형 선물' 로 각광받고 있다.

문화상품권이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품격 있는 선물' 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고객관리 및 판매촉진용으로 대량주문하고 있으며, 결혼식 답례품으로도 인기다.

문화상품권을 운영.관리하는 ㈜한국문화진흥은 올해말까지 판매량을 2백만장으로 늘리고, 통용범위를 모든 프로스포츠경기와 놀이공원을 포함한 레저시설까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문화상품권에 앞서 지난 91년 4월부터 시작된 도서상품권은 이미 뿌리를 내렸다.

지난 2월 5천원권 기준으로 5천만장을 돌파했으며, 전체 도서매출액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문화상품권의 통용범위가 아직은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현재 8천5백개 가맹점이 확보돼 있고 올해말까지 1만5천개로 늘릴 계획이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또 가맹점들 가운데는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5%를 공제당하는 부담 때문에 문화상품권 받기를 꺼리는 곳도 상당수 있다.

앞으로 문화상품권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한 나라의 경제력을 뒷받침하는 핵심요소는 그 나라가 지닌 총체적 지력 (知力) 과 문화력이다.

이와 함께 경제위기 속에서 나날이 황폐해지는 국민정서를 달래기 위해서도 문화의 힘은 절실히 필요하다.

문화상품권이 우리 문화산업 발전에 활력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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