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 산책] 중국 환심사기로 끝난 미중전략대화?

중앙일보

입력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워싱턴에서의 7월 27~28일 이틀 간의
미중 전략및경제대화는
미국의 '중국의 환심 사기'로 끝난 것 같군요.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
첫 미중 전략및경제대화이고
또 이틀 간의 짧은 일정인지라
애시당초 어떤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은
기대되지 않았던 '대화'이지요.
서로의 '신뢰'를 증진시키는 자리란 성격이 맞습니다.

헌데 미국측의 계산된 '중국 환심 사기'가 눈에 돋보입니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개입'해 개막식에서
'맹자 왈'은 물론 중국의 농구스타까지 인용한 '야오밍 왈' 운운은 물론
백악관에서 친히 중국측 대표단을 만나는 배려를 했지요.
오바마의 '쑈'는 멀리 베이징에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겨냥한 측면이 크지요.

뿐만입니까.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중국 대표단 방미에 맞춰 가장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인
'월스리트저널'에 기고 형식을 빌려
미중 간의 '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난관을 건넘)를 강조했구요.

중국 대표단이 도착한 뒤엔
클린턴 국무장관은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을 집으로 초대해
만찬을 베풀었고,
가이트너 재무장과는 왕치산 부총리를 위한 만찬을 별도로 열었군요.

클린턴의 립 서비스도 불을 뿜었습니다.
우선 중국사회경제가 이룩한 성과를 극찬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나왔을 법한 신장 사태 등은 언급에서 빠졌구요.
또 한국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클린턴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역할을 했음을 특별히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해 중국을 두둔했구요.

29일 국내 일간지에 모두 실린 사진도 눈에 띕니다.
행사장에서 방향을 잃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
왕치산 부총리와 이를 챙기고 있는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모습은
한마디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극진한 배려'를 상징하는 장면 같습니다.
가이트너는 '중국의 환율 조작' 같은 말은 입 밖에 내지도 않았구요.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겠지요.
이처럼 작심하고 중국을 배려하기로 한 미국의 행동은
아마도 중국 지도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을 더 개방하라는,
그래서 미국 제품을 더 사들이라는 압력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목해야할 건
미국도 필요할 때는 속 다 빼 놓고 대접한다는 점입니다.

한중 관계는 MB 정권 들어선 이후, 그렇게 시원한 사이는 아닙니다.
우리는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세계 초강국인 미국도 '중국 환심 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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