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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세계신 6개 봇물 … 최첨단 전신 수영복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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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의 주인공이 마이클 펠프스(미국)였다면 200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주인공은 ‘최첨단 수영복’일 것 같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고 있는 200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경기 첫날부터 세계신기록이 봇물을 이뤘다. 27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 수영장에서 열린 경영 8개 세부종목 준결승 및 결승에서 무려 6개의 세계신기록이 쏟아졌다.

첫 경기였던 여자 접영 100m에서부터 9년 묵은 세계최고기록이 허물어졌다. 1993년생의 16세 소녀 사라 요스트롬(스웨덴)이 준결승 두 번째 경기에서 56초44에 레이스를 마쳐 잉헤 데 브뤼인(네덜란드)이 2000년 9월 시드니 올림픽에서 세운 종전 세계최고기록(56초61)을 0.17초 앞당겼다. 여자 접영 100m 세계기록은 경영 개인 종목과 단체전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깨지지 않던 기록이다.

◆최첨단 수영복의 힘=신기록 양산의 제1 주역은 최첨단 수영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창남 KBS 수영 해설위원은 “이렇게까지 세계신기록이 많이 쏟아질 줄은 몰랐다. 역시 수영복의 힘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첨단 수영복이 각광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서였다. 스피도의 ‘레이저 레이서’를 입은 선수들이 세계신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레나와 제이크드가 새로운 수영복을 내놓았다. 지난 4월 알랭 베르나르(프랑스)는 아레나의 ‘엑스글라이드’를 입고 자유형 100m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세계수영연맹(FINA)은 이 수영복이 첨단기술을 많이 사용해 승인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아레나 등 수영복 제조사들은 FINA의 승인을 받지 못한 수영복의 재질을 일부 수정해 재승인을 받아냈다.

호주의 ‘수영황제’ 그랜트 해킷(호주)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에서 내가 보유한 세계최고기록(자유형 1500m)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박태환은 수영복의 희생양?=FINA는 내년부터 국제대회에서 최첨단 수영복을 전면 퇴출시키기로 했다. 물이 통과하지 않는 폴리우레탄 소재를 금지하는 조치다. 폴리우레탄 재질은 근육을 눌러줘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부력을 향상시킨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수영복 제조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기록 향상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향후 첨단 수영복을 전면 금지할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태환(20·단국대)은 종전에 입던 50% 폴리우레탄 제품인 ‘레이저 레이서’ 반신 수영복을 입고 있다. 그는 전신 수영복이 상체를 조이는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며 입기를 꺼렸다. 외신은 이런 박태환을 ‘수영복의 희생양’으로 묘사했다. AP통신은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이 예선 탈락하자 “옛 수영복을 입고 나와 그 대가를 치렀다”고 보도했다. 자유형 400m 우승자 파울 비더만(독일)은 아레나의 100% 폴리우레탄 소재 수영복을 입고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한편 박태환은 27일 오후에 열린 자유형 200m 예선 13조에서 1분46초53으로 전체 8위를 차지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는 경기 후 “이번 대회에서 보니 나만 반신 수영복을 입었다. 앞으로 1년 정도 개인훈련만 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전신 수영복에 적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로마=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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