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가족, 무조건 용서의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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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족-앞모습·뒷모습
최인호 지음
주명덕·구본창 사진
샘터, 296· 308쪽
각 권 1만3000원

가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체다. 태어남과 늙음, 병듦과 죽음이 있고, 그에 따르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사랑 등 무수한 감정이 뒤엉켜 있다. 누구나 경험하는 까닭에, 그 자체로 새로울 것 없기 때문에 오히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가족이다. 작가 최인호가 1975년 월간 샘터에 연재를 시작한 ‘가족’이 400회를 맞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미 7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시리즈에 두 권의 책이 더 보태졌다.

대한민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저명한 작가지만 그가 쩔쩔매는 존재가 있었으니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고 망할 손주년’인 외손녀 정원이다.

외손녀의 호감을 사기 위한 작가 부부의 노력은 눈물이 날 지경이지만 엄마만 나타나면 ‘나 몰라라’ 안면 몰수하는 ‘망할 손주년’ 때문에 그의 상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손녀의 미소 한방에 녹다운되고 만다. 할머니 냄새가 그립다며 옷을 보내달라는 외손녀의 요청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는 작가의 모습에는 부모를 여읜 자식의 슬픔이 오버랩된다. 어느덧 ‘할망구’가 돼 여고시절 친구와의 합창제에 참석한 누이를 지켜보는 장면에서는 형제간의 애틋함이 밀려온다. 동반자로 굴곡의 순간을 함께 한 아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책장 여기저기에 흘러 넘친다.

성경에서도 “집안 식구는 바로 자기 원수”라고 했단다. 작가는 “가족이야말로 가장 인내가 요구되는 대상이며, 가장 큰 희생과 무조건의 용서가 요구되는 상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는 다른 곳에 방점을 찍었다. “우리가 가정을 통해 진심으로 배워야 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올바로 사랑하는 방법이다”라고. 참,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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