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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격전지 '일산' 현장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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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월마트 (마크로)가 26일 다시 할인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면서 E마트를 비롯한 국내 할인점 업체들도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세일로 맞대응에 들어갔다.

지난 12일에 이어 할인점의 가격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든 것이다.

할인점 업계는 세계최대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의 국내상륙 이후 누가 시장주도권을 선점하느냐를 놓고 한치 양보 없이 '생존을 건 싸움' 을 벌이고 있다.

특히 E마트.월마트.까르푸 등 3개 할인점이 몰려 있는 경기도 일산 신도시는 가장 치열한 격전지. 이들 업체가 벌이고 있는 가격전쟁의 '허와 실' 을 따져보기 위해 19.24.26일 세 차례에 걸쳐 일산지역 할인점을 집중취재했다.

◇ 세일 현장= 26일 오전 10시30분 E마트 지하 식품매장은 장을 보러온 인근 주부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부터 한우불고기.포도.배추 등 20여개 품목에 대해 '노마진 세일' 을 실시하면서 불고기 (한근 4천9백80원) 와 닭 (한마리 2천1백원) 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정육점앞에 1백여명 이상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포도 매대 앞에서는 진열대에 물건을 내려놓기도 전에 먼저 사려는 주부들과 점원이 실랑이를 벌이는가 하면, 서로 좋은 배추를 고르려는 소비자들끼리 언성을 높이기도 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비슷한 시각 월마트앞 도로에는 '교통대란' 이 일어나고 있었다.

교통순경이 4명이나 나와 차량정리에 나섰지만 마크로 사거리에서 점포 주차장까지 가는데 10여분이나 걸렸다.

매장안은 다른 평일보다 4~5배 정도 많은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만원대 70m 24개들이 화장지가 6천5백90원에 팔리면서 두 뭉치씩 사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 할인품목은 원래 쿠폰을 가진 회원들만 살 수 있도록 했으나 월마트측은 이날 새로 가입한 회원에 대해서도 쿠폰을 나눠줬다.

또 이렇게 사람들이 물려들면서, 월마트는 한정판매 품목인 전자레인지, 섬유유연제 등이 일찌감치 동이 나 오후에 온 고객득에게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월마트측이 미리 한정판매품목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며 판매재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사전에 세일행사 계획을 밝히지 않았던 까르푸에도 의외로 평소보다 두배 정도 많은 소비자들이 몰렸다.

E마트가 1㎏당 6천9백80원으로 팔고 있는 LA갈비를 7천4백원, 한우불고기.장조림을 1백g당 9백50원에 판매했다.

까르푸는 음료수와 생식품 일부 품목의 가격을 3일전인 24일보다 10% 정도 싸게 파는 등 조용한 세일을 벌이고 있었다.

◇소비자 반응= E마트에서 배추 한 통을 1천2백80원에 샀다는 주부 朴모 (37) 씨는 "시중가 (2천5백원) 의 절반 값이지만 품질은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고 말했다.

월마트에서 장을 본 金모 (44.경기도 문산) 씨는 "이런 쿠폰 세일행사는 1년전 회원가입 당시부터 매달 두 차례씩 하던 것이고, 마크로가 월마트로 바뀐 뒤에도 별로 더 싸게 파는 것은 아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2일의 세일이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평일에도 회원에 가입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어 월마트가 일단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이다.

까르푸에 부부가 함께 쇼핑나왔다는 김병건 (37.고양시백석동) 씨는 "할인매장들은 인근 매장이 물건을 싸게 팔면 서로 싸게 팔려고 경쟁하기 때문에 E마트나 월마트가 세일을 한다고 하면 까르푸도 비슷한 가격에 판다" 고 말했다.

◇ 할인점 가격경쟁 전망= 세일행사를 하는 한 매장에서 만난 주부는 "간장가격이 며칠 전 왔을 때보다 오히려 2백원 정도 올라 사지 않았다" 며 "가격이 올 때마다 틀리기 때문에 장볼 때마다 특별히 싼 물건이 있어야 산다" 고 말했다.

실제로 할인점들은 매일 인근 할인점의 가격을 조사해 하루에도 2~3차례씩 가격을 조정하는 일이 예사일 만큼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모든 할인점이 다른 곳에서 더 싸게 팔 경우 2배로 보상하는 최저가격 보상제를 실시하는 등 '최저가' 를 판매전략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할인점업계는 미국 등 전 세계에 점포망이 깔려있어 '바잉 파워' 를 발휘하는 월마트가 싼 물건을 대량 들여와 파상공세에 들어갈 것을 우려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E마트.월마트.까르푸 등 3대 할인점업계중 E마트와 월마트간의 가격전쟁이었으나 그동안 관망자세를 견지했던 까르푸가 창립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10월 중순부터 한달간의 '빅 세일' 을 준비하고 있어 또 다시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까르푸는 특히 전체 공산품의 가격을 내리는 행사를 기획하면서 납품업체와 일일이 납품가격 조정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미 몇개 업체는 행사기간중 낮은 가격의 납품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른 할인점업체도 납품업체에 대해 가격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할인점간 가격전쟁이 제조업체와 할인점간의 신경전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양선희.최민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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