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서비스로 소비자 선택 폭 넓어져 조만간 은행권 수준으로 질 높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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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은행이 고객 돈을 사실상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지난 3일 국내 증권사 최초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동양종금증권의 유준열(사진) 사장은 CMA 계좌를 통한 지급결제 서비스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그간 은행들은 계좌 이체, 예금 인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보통예금에 대해서는 거의 이자를 주지 않았다”며 “증권사가 지급결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은행들은 증권사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보통예금 금리를 높이거나 새로운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에 이어 주요 증권사 13개 사는 이달 말께 지급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예전엔 증권사는 은행의 가상계좌를 통해 계좌 이체와 예금 출금 등을 서비스했지만, 앞으로는 증권사 계좌에서 곧장 서비스가 이뤄진다.

그의 말마따나 은행권은 증권사 CMA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급여통장에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각종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 들어 한동안 은행과 증권사는 지급결제 서비스를 놓고 힘 겨루기 양상을 벌여 왔다. 증권사에 지급결제 서비스를 내주고 싶지 않던 은행들은 증권사의 서비스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은행 수준의 서비스를 증권사가 지금 당장 제공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은행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채권 부문에서 국내 최강의 자리를 오랫동안 놓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CMA 계좌 개설에 공을 많이 들여 왔다. 현재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CMA 계좌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320만 개. 동양종금증권은 이를 통해 강력한 소매금융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고객 기반은 올 초 위력을 발휘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금융위기 여파로 회사채 가격이 급락했을 때 고객들에게 회사채 매입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 회사의 채권 분석 능력을 알고 있던 고객들은 앞다퉈 회사채를 사들였다. 이 회사가 1월부터 5월까지 판매한 채권은 월평균 5000억원으로 채권 판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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