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던 소하천, 수변공원으로 거듭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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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하천을 생태공원으로-.

10일 대구시 동구 도동에서 한 시민이 최근 장맛비로 물이 불어난 불로천을 가리키고 있다. 하천 변 숲이 천연기념물 제1호 도동 측백나무숲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의 구청들이 이런 구호를 내걸고 수변공원 만들기에 나섰다. 쓸모없는 곳으로 여겨지던 소하천을 생태공원으로 만들어 주민 쉼터와 어린이 학습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천 공원’ 만들기 잇따라=대구시 동구 도동 측백나무 숲. 대구국제공항을 지나 평광동 쪽으로 가다 보면 나타난다. 향산(해발 160m) 중턱을 아름드리 측백나무가 뒤덮고 있다. 측백나무 숲은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1호다. 이곳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지난해 숭례문(국보 제1호) 화재 이후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휴일에는 수백 명이 찾는다. 하지만 향산 아래 불로천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하천 변에는 풀이 우거지고 바닥은 자갈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시대 대구에서 경치가 좋은 10곳 가운데 하나였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1420~88)은 대구의 절경을 노래한 ‘대구 10영(詠)’에서 이곳을 여섯째로 꼽았다. 이에 따라 동구가 금호강 지류인 불로천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불로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이다. 관광객과 주민을 위해 하천을 아름다운 공원으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동구청은 폭 20∼70m의 하천 변에 수생식물을 심어 생태습지원을 만든다. 주민이 하천을 건널 수 있도록 징검다리도 설치한다. 강변에는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만들고 하천 생태를 감상할 수 있는 데크(마루)도 설치할 예정이다. 또 주민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육시설도 갖추기로 했다.

문제는 부족한 수량이다. 동구청의 이희관 하천담당은 “하천에 물을 흘려보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천을 활용하면 예산을 적게 들이고도 훌륭한 공원을 만들 수 있다”며 “지금까지 버려져 있던 불로천이 주민의 사랑을 받는 레저·휴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구의 팔거천 정비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팔거천은 북구 칠곡지역을 관통하는 대표적 도심 하천이지만 주변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수질이 나빠지고 집중호우 때는 범람하기도 한다. 북구청은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고 둔치에 산책로와 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달서구와 수성구도 대명천과 범어천의 퇴적물을 걷어내는 등 수변 생태계 살리기에 나선다. 특히 범어천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마라톤 코스여서 미관에도 신경을 쓰기로 했다.

◆문제점 없나=지자체가 앞다퉈 하천 정비에 나서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천 생태계 살리기보다 공원화에 더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퇴적물을 걷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수질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하천 전체가 아닌 일부 구간을 정비하는 곳이 많아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구태우(36) 사무국장은 “하천 공원화는 환경을 살리자는 사업”이라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초점을 맞춰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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