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업공사 '배드 뱅크'로 전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성업공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자산을 사들여 가공한뒤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업무를 전달하는 배드뱅크 (bad bank) 로 전환된다.

그동안 개별은행이 자회사로 설립하거나 은행권이 공동 출자하는 방안이 거론돼왔으나 어차피 재정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감안돼 정부투자기관인 성업공사가 대형 배드뱅크 기능을 맡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된 것이다.

문헌상 (文憲相) 성업공사 사장은 9일 "구조조정이 단시간내에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하기 위해 10일부터 성업공사를 배드뱅크 체제로 전환한다" 고 밝혔다. 文사장은 또 "정부와 협의해 33조5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부실자산 매입및 관리자금으로 사용할 예정" 이라고 덧붙였다.

성업공사는 특히 사들인 부동산이 팔릴 때까지 기다리던 소극적인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공장.건물등에 대해 추가로 돈을 들여 값을 높인뒤 매각하는 적극적인 관리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부실대출의 담보부동산을 그대로 처분했으나 앞으로는 은행이 워크아웃 (기업개선작업) 을 통해 기업을 살리듯 성업공사도 부동산을 가공해 값을 올려 받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짓다만 공장이나 건물을 돈을 들여 완공시키고,가동중인 곳에 대해서는 부동산관리전문회사에 의뢰해 프리미엄을 높이고, 나대지는 개발업자들이 이용하기 좋도록 용도변경등 사전정비작업을 거치는등 다각적인 기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성업공사는 우선 부동산평가.자산관리.감정등의 분야에 전문지식을 지닌 국내외 인력56명 (외국인 이사 포함) 을 계약직으로 채용한뒤 이들을 독립채산제 및 성과급제의 사업부에 배치해 업무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사들여 매각한뒤 그 대금을 회수해 재투자하는 배드뱅크의 고유기능이 활성화되면 한정된 규모의 자금으로도 구조조정을 한층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성업공사는 배드뱅크의 기능가운데 현행법으로 가능한 것은 당장 시행하고 연내에 출자전환·대출등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재정경제부에 성업공사설립법의 개정을 요청했다.

개정법에는 성업공사의 기능으로 ▶부실자산의 관리및 처분과 관련한 자금대여 ▶자산유동화 전문회사에 대한 출자 ▶부실자산 관리및 처분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에 대한 출자등이 추가된다.

한편 성업공사는 배드뱅크 업무를 위해 기존 조직을 기능별로 5개 본부제로 개편, 기존의 공사업무는 수탁자산본부 1개로 축소하고 부실채권정리기금 업무를 자산관리.채권관리.재무.경영지원등 4개 본부로 확대키로 했다.

◇ 배드뱅크 = 금융기관의 부실자산만 따로 떼어 인수해 이를 관리한뒤 처분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회사다. 자산가격을 대폭 할인해 사들인뒤 이를 적당히 가공해 비싼 값을 받고 팔아 자금을 회수한다.

부실자산으로 장사한다는 뜻에서 이름에 '배드 (bad)' 가 붙었다. 외국에서는 민간 투자자금이 이를 사업화하기도 하는데 벌처펀드가 대표적이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