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역전세난 풍속도] 값 깎고 경품 줘도 세 안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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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경기 침체 등으로 전셋집이 빠지지 않는 역전세난이 깊어지면서 아파트 전세시장에 과거에 보기 어려웠던 새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세입자를 못 구해 발을 구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한다.

전세 계약기간 만료 전에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세입자들은 애가 탄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이사 비용을 대주는 것은 흔해졌고 경품도 등장했다.

경기도 시흥시 은행지구에 사는 세입자 김모(31)씨는 주인의 동의를 얻어 전세금을 85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낮춰도 3개월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자 100만원 상당의 고급냉장고를 내걸었다.

박모(38)씨 역시 주인의 동의를 얻어 전세기간이 1년 남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24평형 아파트를 자신의 전세금 9000만원보다 2500만원 낮은 가격에 1년간 급전세로 다시 내놓았다. 인근에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전세가 나가지 않아 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모자라는 잔금을 모두 융자 내기가 부담스러워 내가 계약한 기간 중 싸게 재전세를 들여 급한 불을 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 기간이 끝난 주인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빌라 주인 서모(57)씨는 전세가 나갈 때까지 2년 전 2억3000만원에 세든 세입자에게 매달 30만원을 주기로 하고 전세금 반환 요구를 버텨내고 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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