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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구멍난 듯 … 부산 하루 300㎜ 넘는 ‘물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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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부산시 동래구 온천천 주변 도로에서 7일 경찰과 119 구조대원들이 물에 잠긴 차량을 밧줄로 묶어 끌어내고 있다. 이날 부산에는 308.5㎜의 비가 내려 1991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부산=송봉근 기자]


부산은 아침부터 양동이로 들이붓는 듯한 장대비가 쏟아졌고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다. 이날 오전 3시부터 내린 비는 오전 7시 무렵 시간당 강수량이 60∼70㎜를 기록했다. 오전 9시에는 시간당 70㎜ 이상 퍼붓다 오후 들어 그쳤다. 시간당 강우량 70㎜는 부산 지역의 7월 강수량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이날 하루 부산 지역에 내린 평균 강우량은 310㎜. 대연동이 367.5㎜로 가장 많았다. 1991년 8월 23일 439㎜를 기록한 지 18년 만에 최고 많은 비가 내렸다.

신안군 자은도(300㎜), 화순군(271.5㎜), 나주시(267.5㎜), 순천시(215.5㎜) 등 전남 지역에도 장대비가 퍼부었다. 이 때문에 논물을 빼던 신모(62·여·나주시 공산면)씨와 임모(77·영광군 염산면)씨가 배수로에 빠져 숨지고 수십 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곳곳에서 농경지와 가옥이 침수되거나 붕괴되고 교통이 두절됐다.

◆붕괴·고립 잇따라=이날 오전 9시23분쯤 부산시 남구 우암동 석천아파트 근처 비탈면의 토사가 30m가량 쓸려 내려 주차된 차량 5대가 흙더미에 묻혔다. 남구 용호 절개지와 해운대 장산터널 지하도 입구에도 흙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전남 신안군 황광연(50) 자은면장은 “비가 워낙 많이 와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며 “마을과 농경지가 물에 잠겨 섬 전체가 물바다를 이뤘다”고 전했다. 나주 3000㏊, 함평 1482㏊, 신안 1438㏊ 등 6500㏊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주택 침수도 잇따라 자은도(108채), 나주시(68채) 등에서 285채가 피해를 봤다.

◆곳곳에서 교통 두절=이날 오후 3시쯤 경남 삼랑진읍 임천리 경부선 철도 상행선(서울 기점 388.8㎞) 선로 15m 구간의 자갈이 집중호우로 유실돼 KTX 등 5편의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코레일은 시설 점검 중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오후 2시30분 부산발 서울행 제144 KTX(승객 212명)를 긴급 정차시킨 뒤 삼랑진역으로 되돌려보냈다가 반대편 하행선 선로로 통과시켰다.

오전 11시10분 김해공항 도착 예정인 중국 칭다오발 산둥항공 CA4075편이 회항하는 등 국제선 항공기 2편이 결항됐으며, 국내선 25편도 결항되고 23편이 지연됐다. 여수·무안공항은 폭우와 강풍으로 이착륙이 예정된 14편의 여객기가 모두 결항됐다.

광주~무안고속도로는 일부 구간에서 토사가 유출되면서 오전 8시10분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하행선 전 구간이 통제됐다.

부산진시장 지하차도 등 부산시내에서 30곳 이상의 도로가 침수돼 교통이 마비됐으며, 해운대구 좌동 부산~울산고속도로에서도 축대가 무너져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국도 1호선 나주 보산동 지점 비탈면은 유실됐으며 나주시내 도로 세 곳도 물에 잠겨 교통이 통제됐다. 

광주·부산=이해석·김상진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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