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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 미국 재무장관이 보는 아시아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요즘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세계경제의 '파수꾼' 이라고까지 불린다.

그는 과연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미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최근호 (19일자)에서 루빈 장관의 특집 기사를 싣고 아시아 위기와 관련한 그의 입장 등을 소개했다.

이를 요약 정리한다.

◇ 아시아 위기에 대한 시각 = 미국인들은 지금의 장기 호황이 언제 갑작스레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고성장에 따른 인플레, 외국자본의 유입에 따른 거품경제 발생은 물론 아시아 위기가 국내 산업.무역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루빈 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아 위기로 미 수출이 타격을 받고 외국 상품 수입이 늘어 자유무역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릴 것을 걱정한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아시아 시장의 거품에 대해 걱정해왔다.

그러나 그는 "경제위기는 무엇보다 당사국들이 주도해 풀어야 할 문제며 미국은 함부로 나서지 않아야 한다" 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정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없는한 자원이나 신용을 함부로 투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어떤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 더 나쁜 건 망하면서 미국의 돈과 신용까지 함께 거둬가는 것' 이라는 얘기다.

지난달 일본의 엔화 안정을 위해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도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성공치 못하면 미국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을 우려해 최후 순간까지 망설였다.

위기가 확대되면 미국도 온전치 못할 상황임에도 일단 버텼던 것이다.

한국의 경제위기 때도 비슷했다. 한국이 무너지면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브라질도 위험했다.

당시 그는 스스로 위험부담을 안은 투자자들을 구해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 의 위험성이 있다는 견해를 내세웠다.

그의 주도로 이뤄진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이 지급불능 은행의 폐쇄와 부실 재벌의 퇴출이라는 꼬리표를 단 것도 이 때문이다.

◇ 루빈의 스타일 = 어떤 사안에 대해 여러개의 옵션을 마련, 이를 철두철미하게 검토.재검토하는 스타일이다.

평소 "아무도 앞날을 내다볼 수는 없으나 다양한 미래에 대한 확률을 평가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고 말해왔다.

하버드대 (경제학) 와 예일대대학원 (법학) 을 졸업한 후 골드먼 삭스사에서 아비트라지 (재정거래 : 어떤 상품가격이 시장에 따라 다를 때 이를 매매해 차익을 얻는 거래) 업무를 맡았다.

루빈이 처음으로 능력을 발휘했던 것은 95년초 멕시코 통화위기 당시. 공화당이 이끄는 하원에서 금융지원을 거부하자 의회 승인이 필요없는 IMF와 재무부 차관 (借款) 으로 밀고 나갔다.

그의 결정은 옳았다.

하지만 그는 "결과를 보고난 다음 옳은 결정이었는지 판단하면 안된다.

그 결정이 당시 시점에서 강구될 수 있었던 수단 가운데 가장 적합했던 것이었나를 따져야 한다" 고 말한다.

몇년 전만 해도 미 경제의 최고 수호자라면 통화 수급을 조절하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총재를 꼽았으나 이제는 루빈 장관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루빈이 사임할 경우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1천포인트쯤 빠질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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