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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계 공산당 127개 ‘자강사약’ 대세 속에 살아남기 몸부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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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공산당이 동유럽 공산정권 붕괴 20주년을 맞아 해외 127개 공산당의 생존 실태를 전면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집권에 실패한 공산당의 사례를 연구해 반면교사로 삼고 장기집권의 지혜를 얻겠다는 의도다. 동유럽 공산권은 1989년 6월 폴란드 총선에서 자유노조가 의회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불가리아·체코·동독·루마니아 공산당의 몰락과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이어졌다.

중국 지식인들이 즐겨 보는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 최신호는 “중국 공산당 조직부가 주도해 해외 공산당의 생존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완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이 직접 간여했고, 대외연락부 연구실과 상하이(上海)시 당 위원회, 산둥(山東)대학 등이 참여했다고 남방주말은 전했다.

◆세계 127개 공산당 분석=보고서는 “약 100개 국가에 127개 정당이 공산당이란 간판을 내걸고 마르크스주의를 견지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유럽이 55개로 가장 많았고, 미주(32), 아시아(29), 아프리카(8), 대양주(3) 순이었다. 이 중 중국 공산당 등 25개 공산계 정당이 단독집권 중이거나 의회에서 의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127개 공산계 정당을 국가정세에 따라 ▶사회주의국가 집권당 ▶개발도상국 공산당 ▶소련과 동유럽권 공산당 ▶선진국 공산당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 중 권력을 잡고 있는 공산당들의 사정이 가장 좋았다. 베트남·북한·쿠바·라오스의 당원 수는 동유럽 공산권 붕괴 시점(450만 명)의 배에 가까운 800만 명으로 당세가 확장됐다. 1일 창당 88주년 기념일을 맞은 중국 공산당도 당원 수가 7600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개도국 공산당은 집권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옛 동유럽권 공산당과 선진국 공산당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었다. 소련과 동유럽권 공산당은 역량이 쇠퇴했고, 내부 파벌 투쟁도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공산당은 변신 중”=보고서는 “많은 공산당이 생존을 위해 당 이론과 강령, 정책목표를 재조정하고 있다”며 주목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에 집착하지 않고 지도사상의 다원화를 추구하고 있다. 자유·인권·박애 등 보편적 가치가 마르크스 사상의 혁명적 성격을 대체하고 있다.

개도국 공산당은 폭력혁명 노선을 포기하는 추세다. 선거에 참여해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권력 교체를 추구하고 있다. 집권 중인 공산당들도 노동자 계급 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서비스형 공산당’으로 변신하는 추세다.

동유럽권 붕괴 이후 20년간 자본주의가 강세를 보이고 사회주의가 퇴조하는 ‘자강사약(資强社弱)’이 대세로 굳어져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글로벌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복지가 축소되고 실업률이 높아져 중산층이 타격을 입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공산당에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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