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어린이책] “동화 속 아이들은 바로 우리 반 말썽쟁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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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 구천구백이』『잘한다 오광명』의 작가 송언(53·사진)은 ‘천하의 말썽꾸러기’에 집중하는 동화작가다. 실제 교실에서라면 분명 골칫덩이·천덕꾸러기였을 아이들이 그의 작품 속에선 동심의 상징이 된다. 교화의 대상이 아니라, 교감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웃기면서 따뜻하다. 현직 초등교사(서울 중광초)인 그가 최근 잇따라 신작을 내놨다. 동화 『바보 창수 대장 용수』(국민서관)와 옛이야기 그림책 『콩쥐팥쥐』(애플트리태일즈)다. 그를 만나 동화 얘기, 동심 얘기를 들어봤다.

-왜 말썽쟁이·문제아들의 이야기를 주로 쓰나.

“교육의 본질은 비제도권적인 아이들도 제도권내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끌어올리는 것이다. 거칠고 산만한 개구쟁이, 도저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아이가 귀엽고 때묻지 않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교육이 어디 있겠나. 동화작가로서 그런 아이를 형상화시켜 이야기 속에 담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그게 가능하구나’ 공감하게 만들고 싶다.”

-실제로도 가능한 일인가.

“말썽쟁이들의 속에는 더 깊은 동심이 있다. 그런데 왜 말썽을 피우고 나쁜 짓을 하느냐 하면, 그 뒤에 배후가 있기 때문이다. 나쁜 어른들이 아이를 억압했거나 힘들게 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체벌이나 훈계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을 쏟으며 다독거려주면 순수한 동심이 회복된다. 부모와 교사가 자기를 전폭적으로 믿고 문제아가 아닌 똑같은 동심의 아이로 봐준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 ”

-실화를 모델 삼아 쓴 작품이 많나.

“거의 모델이 있다. 8년째 매일 기록하고 있는 학급일기를 작품소재로 활용한다. 실제 아이들의 행동과 대화를 그때그때 적다보면 동심의 실체가 뭔지 손에 잡힌다. 나이가 들면 관념적인 세계에 갇히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관념 속의 동심을 실제 동심으로 착각할 수 있다.”

-모델이 되는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반 아이들의 가장 큰 소원은 자기도 동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간혹 다른 학교 아이들을 만나면 ‘우리반에도 그런 아이 있다’면서 반가와한다. 누구에게나 동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는 모양이다.“

‘송언 글, 조민경 그림’의 신간 『콩쥐팥쥐』의 한 장면. 부러진 호미로 산비탈 밭을 매야 하는 콩쥐를 하늘에서 내려온 검은 소가 도와준다. 전형적인 ‘판타지의 구원자’다. [애플트리태일즈 제공]

-『콩쥐팥쥐』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 다시 구성했나.

“대여섯개의 ‘콩쥐팥쥐’ 판본을 본 뒤 핵심을 추려 열여섯 장면으로 압축했다. 외롭고 핍박받는 주인공(콩쥐)이 착하고 꿋꿋하게 견뎌내면, 판타지의 구원자(두꺼비·선녀·소·참새)와 현실적인 구원자(원님)가 나타나 구해준다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또 착하고 지혜롭게 살다보면 뒤끝이 좋다는 교훈을 제대로 살리는 데 신경썼다.”

-교훈이 드러나는 책은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나.

“물론이다. 교훈적인 요소가 겉으로 드러나선 안된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잔소리다. 그 잔소리에서 해방시켜줘야 하는 게 동화의 역할인데, 동화마저 교훈을 늘어놓아서야 되겠는가. 교훈적인 주제의식과 철학은 담되 이야기 속에 잘 감춰야 한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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