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중국산책]7월1일은 중국공산당 창당일 아닌 창당기념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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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7월 1일을 기해
4개 면을 증면해 20면 체제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공산당 성립 88주년에 맞춰 전격 단행된 조치입니다.
헌데 7월 1일은 엄격히 말해 중국공산당 '창당일'은 아닙니다.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즉 제1차 당 대회가 열린 건 1921년 7월 23일 입니다.
그럼, 왜 중국에선 7월 1일을 창당 기념일로 하고 있는걸까요.

그 배경엔 곡절 많았던 초창기의 중국공산당사가 깔려 있습니다.
제1차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린 건 앞서 말씀 드린대로
1921년 7월 23일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서 였다고 합니다.

헌데 당시 군벌의 탄압 때문에 극비리에 회합을 가진데다가
회의를 가진 옆방에서는 상하이를 진동시킨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이에 연루될까 창당 멤버들이 급거 대피해 쫓겨 다니면서
회의를 개최하다 보니 창당 관련 자료가 제대로 남은게 없었지요.

그러다 1938년 마오쩌둥이 1921년의 7월에 회의를 연 사실을
어렴풋이 기억해내곤 상징적으로 7월 1일을 기념일로 정했는데
이것이 후에 창당일과 동일시된 것이지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옛 소련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는 등
당시 정밀 조사를 한 끝에 중국공산당 창당일이 23일로 밝혀졌지만,
관행에 따라 지금까지도 1일에 창당 기념일 행사를 치르고 있답니다.

주의할 점은 중국당국이 7월 1일을 '창당일'이 아닌
'창당 기념일'이라고 표현해 나름대로 정확성을 기하고 있는 점입니다.
즉 인민들에게 익숙한 관행을 그대로 따라 인민 정서에 부합하면서도
역사 기록은 분명하게 해 정확성은 확보하자는 중국식 발상이 엿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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