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8월 환란설'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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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홍콩이 요즘 '8월 환란설 (換亂說)' 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시아 위기의 여파로 경제 체질이 허약해진 마당에 국제적 환투기 세력의 공세가 재개될 경우 과거와는 달리 그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관리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해외에 예치한 외화예금을 찾아와 은행에 긴급 수혈하는 방안 등 각종 비상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 '8월 환란설' 의 배경 = 각종 경제 지표가 7월말을 고비로 급격히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이달말 공개될 7월 결산 기업들의 수익이 지난해보다 최소한 3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8월에는 대학 졸업생들이 노동 시장에 유입돼 현재 4.2%인 실업률 (실업자 수 13만8천명) 을 7%대까지 밀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지금도 15년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올해초 5~6%를 자신했던 성장률도 8월 들어 발표할 하반기 수정 전망에선 마이너스로 둔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무디스 등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이 앞다퉈 홍콩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게 뻔하고, 이는 결국 환투기 세력의 홍콩달러 공격을 부추길 것이라는 얘기다.

◇ 과거와의 차이점 = 지금까지 세 차례의 환투기 공세는 홍콩 경제의 문제점 때문이 아니라 외부 상황에 휩쓸려 초래된 측면이 강했다.

은행간 콜금리를 무려 50%대로 끌어올렸던 지난해 10월22일의 경우 아시아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각국의 통화가 차례차례 붕괴됐던 시점이었다.

지난 1월12일과 지난달 12일의 공세 역시 각각 인도네시아 사태와 엔화가치 폭락이 주 원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가.부동산값 하락, 소비 침체 등 경기침체를 상징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고실업이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 대책 = 금융관리국은 9일 해외 예치 달러화에 대한 '반사회조 (班師回朝.군대를 본국으로 철수시킴)' 정책을 발표했다.

런즈강 (任志剛) 금융관리국 총재는 이날 "은행들의 자금 공급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외국은행에 예치했던 외환기금중 '수십억달러' 를 회수해 홍콩내 은행에 공급키로 했다" 고 발표했다.

이 자금은 ^해외로 인출할 수 없고^투기세력에 대출할 수 없다는 엄격한 조건이 붙어있다.

홍콩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5월 6백66억달러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어 지난 5월 9백64억달러로 불어났다.

홍콩 당국은 또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한 이자소득세 감면정책도 마련, 20억달러 가량을 유치할 속셈이다.

국제적 신용대출 평가기관인 '톰슨 뱅크 워치' 가 최근 홍콩 페그제의 고정환율 (현재 달러당 7.8)에서 달러당 9.75로 올리자는 의견을 제시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절대 불가" 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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