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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수돗물 유해성 논란…“누굴 믿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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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컵라면을 그대로 먹어도 되나요. " "수돗물은 안전한가요. " 최근 컵라면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수돗물에서 바이러스와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발표와 관련, 검사기관의 시험방법 적정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오염여부와 대처방법을 명확히 밝히지 못해 시민들의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처럼 환경단체나 민간연구소가 '유해물질 검출' 을 주장할 때마다 당국은 '검사방법 문제' 로 대응, 결론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 근본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컵라면 = 최근 일본의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측이 컵라면 용기에서 남성의 정자수를 감소시키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데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안전' 을, 환경운동연합측과 강원대 환경화학연구소측은 '위험' 을 주장하고 있으나 결론을 내리고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18일 자체 시험 결과 환경호르몬으로 의심받는 스티렌다이머와 스티렌트리머가 일절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환경운동연합은 지용성 (脂溶性) 물질인 폴리스티렌 (컵라면 용기 재료) 을 물로 용출시킨 시험은 결과가 뻔한 '기만시험' 이라고 반박했다.

또 강원대 환경화학연구소 김만구 (金萬九) 교수팀이 지난달 30일 "컵라면 용기에서 스티렌다이머와 스티렌트리머가 검출됐다" 고 발표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환경호르몬을 검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혹시험' 을 실시했다" 고 주장했다.

◇수돗물 = 지난해 11월 서울대 김상종 (金相鍾.미생물학) 교수가 서울시내 수돗물에서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서울시와 환경부는 즉각 시험방법상 문제를 제기하고 생명공학연구소에 조사용역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현재 생명공학연구소가 서울 등 6개 정수장의 원수.정수와 가정 수도꼭지물의 시료채취를 끝내고 시험을 진행 중이다.

결국 시험결과가 최종 발표되기 전까지는 서울시민은 안전 여부를 확신하지 못한 채 수돗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지난달 환경운동연합이 대전지역 지하수의 방사성 물질에 대해 조사한 결과, 11개 조사지점 중 7곳의 우라늄 농도가 미국 환경청 권고치를 초과했다고 밝혔지만 환경부는 "미국 노스다코다주의 지하수 등에서도 방사능이 다량 검출됐으나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례가 있고 국내 전문가들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 주장했다.

◇대책 = 전문가들은 정부당국이 시민단체.학계에서 제기한 문제를 가급적 덮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진단,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려는 열린 자세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박태균.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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