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연재한 『도가니』 책으로 출간 소설가 공지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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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권한이 주어지고 감시가 없을 때 발생하기 마련인 야만적 폭력, 이에 대해 눈감는 기득권층의 ‘침묵의 카르텔’, 그런 불의를 목격하고도 발벗고 나서서 싸우지 못하는 소시민의 갈등…. 이런 것들을 그리고 싶었다.”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과 맞대결을 벌여 온 작가 공지영(46·사진)씨가 장편소설 『도가니』(창비)를 펴냈다. 2008년 11월부터 인터넷 포털 ‘다음’에 5개월 여 연재하며 누적 조회수 1100만번을 넘긴 화제작을 책으로 낸 것이다.

소설은 2005년 한 TV 시사프로그램이 고발한, 지방의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교사들에 의한 학생 상습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성폭력과 구타가 여학생은 물론 남학생에게까지 반복해 자행된 끝에 한 학생이 죽음에 이르자 양심적인 교사·인권 단체 등이 나서 사건을 법정으로 몰고 가지만 결국 가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공씨는 소설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10여 차례 만났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 토호인 가해자들과 ‘끈끈한’ 관계인 경찰·교육청 등 국가 기관들이 사건 해결에 미온적이자 고발자들이 이를 공론화하는 과정이다. TV·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특정 이슈들이 확대 재생산되곤 한, 우리 사회의 최근 경험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이를 통해 공씨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여론’이라는 상징적인 전리품을 얻기 위해 매체를 통해 가해자·피해자가 벌이는 공방 이면에 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일 게다.

공지영씨는 내는 책마다 성공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공지영표 ‘흥행 코드’는 이번 책에서도 여전하다. 거침 없는 문장, 소통과 연대를 꿈꾸는 주인공 등을 내세워 묵직한 이슈를 감칠맛 나게 엮는다.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씨는 “마지막 순간 투쟁 현장에서 도망치는 주인공 강인호는 예전 같으면 배신자로 그렸겠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끌어안았다”며 “요즘은 (변화에의)꿈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저항이 된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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