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붕괴의 5가지 신호들]오마에씨 WP지 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 (大前硏一) 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요구하는 방법으론 일본 경제가 치유될 수 없다" 고 단언했다.

재정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깎아 내수를 부추긴다 해도 일본 경제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근본 문제들을 고치지 않는 한 일본 경제의 붕괴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붕괴의 5가지 신호들' 이란 글을 요약한다.

◇기업회계 = 일본 회계법인들은 고객인 기업.은행들의 요구에 따라 회계장부를 '깨끗이' 만들어 주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 '외부 감사' 를 받았다는 장부에서 10배 이상의 부채가 튀어나오곤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가.부동산 값이 폭락했지만 아직도 대부분 기업들의 회계장부는 자산가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

◇금융관행 = 일본의 오랜 금융관행 중에 '시토 넨쇼 (使途 念書)' 대출이라는 것이 있다.

지난 2월 다이도 콘크리트공업이 쓰러졌을 때 드러났던 것처럼 일본 은행들은 오랜 고객에겐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넨쇼' (일종의 각서) 만 받고 대출을 해주곤 했다.

금융계 인사들은 이 규모가 최소한 1조달러 이상이라고 말한다.

◇ 금리 = 일본의 국내외 금리 차는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일본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연 0.3~0.35%인데 비해 미국의 6개월 양도성 예금증서 (CD) 금리는 4.65%다.

지난 4월부터 외환관리법 규제가 완화된 뒤 한 달간 줄잡아 2백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대규모 자본 유출과 엔 약세는 계속된다.

◇엔화 환율 = 지난 2년간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50%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그 결과 금리.주가.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며 대규모 자본 유출을 부르고 있다.

미국은 일본 등 아시아로부터 새롭게 흘러드는 자본 덕택에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 투기성 외환거래가 확산되면서 세계 외환 시장이 불안에 빠진 것은 엔 약세 현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은행 현금 유동성 = 일 은행들의 예대 마진은 0.25%에 불과하다.

최근 외국 은행들이 일본계 은행에 대한 대출 금리를 올리자 상당수 은행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장기신용은행의 자금난은 1년 이내에 다시 일본계 은행들이 집단적 유동성 부족에 빠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