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 남북 해빙 다시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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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침몰된 북한 잠수정이 마침내 전모를 드러내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인양된 잠수정내에서 롯데칠성 사이다 패트병 등 국산음료수 병들이 발견됨에 따라 북한이 지난 96년 강릉 잠수함사건 이후에도 잠수함을 남파, 명백한 군사도발을 계속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강릉 잠수함사건 당시 북한측의 유감표명도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할수 있다.

북한이 최근 수년간의 극심한 기근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면서도 대남 (對南) 도발을 끊임없이 획책해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우리 문앞을 아무렇게나 넘나드는 북한의 대담한 공작활동은 우리 안보태세에 치명적인 허점이 상존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군당국은 북한 공작원들이 남한에 잠입, 대남 공작을 끝내고 북한으로 귀환하던 중 꽁치잡이 어망에 걸린 것으로 잠정 결론내리고 있다.

이들은 국내 공작활동중 각종 음료수들을 구입했던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미제 잠수장비와 오리발 3쪽 등 추가로 발견된 각종 장구들도 하나같이 공작원들의 해안침투에 필수적이란 점에서 이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군이 앞으로 밝혀낼 공작활동의 전모는 북한의 도발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2년간 우리측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잠수정 침투는 빈번이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침투공작 사실이 명백해짐에 따라 '해빙 (解氷)' 을 향해가던 남북관계에 파장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햇볕론' 에 따라 꾸준히 화해와 포용을 천명하고, 남북대화와 남북교류를 추진해온 사실을 상기해온 정부도 당혹감에 휩싸이고 있다.

군은 잠수정이 발견된 시점이 소떼를 제공한 정주영 (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과 군사정전위 장성급회담이 7년만에 재개된 때와 일치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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