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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매 끝엔 서늘한 바람, 코끝엔 달콤한 향기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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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18면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터널 속은 시원했다. 동굴 속에서 마주친 찬바람은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270여m를 더위를 잊은 채 걸어가자 갑자기 넓은 공간이 나왔다. 오크통 테이블과 함께 나무마루가 깔려 있고 분위기 있는 조명이 비치니 영락없는 와인 카페다. 국립공원인 전북 무주군 적상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적상산 양수발전소 건설 당시 사용한 작업터널이었다. 발전소 완공 후 비어 있었으나 무주군이 지역특산품인 머루와인 홍보를 위해 와인 저장고와 시음장을 마련한 것이다.

무주 발전소 작업터널이 머루와인 카페로

그동안 양수발전소는 국가 기간시설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남동발전(주)이 주민들의 수익사업에 시설지원 방침을 세우자 무주군의 아이디어와 합쳐져 와인카페가 탄생한 것이다. 180㎡에 나무마루를 깔고 오크통 테이블 10개, 와인 진열장 등으로 꾸민 와인카페는 길이 579m, 높이 4.7m, 폭 4.5m인 터널 중간에 있다. 무주군 내 머루와인 제조업체 4개사에서 제조한 와인을 시음한 뒤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입구에서 카페까지 270여m의 통로에는 무주 머루와인의 특징과 장점, 제조과정 등을 알려주는 갤러리를 꾸몄다. 와인 카페를 지나 터널 깊숙한 곳에는 오크통에 담긴 와인을 숙성 및 저장하는 저장고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은 기온이 연평균 12~16도로 일정해 와인 저장고로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카페에서는 방문한 손님들이 구입한 와인을 일정기간 보관한 뒤 다시 찾아 마실 수 있는 키핑(keeping)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인, 혹은 가족의 생일 등 기념일에 방문해 보관한 와인을 마시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강창수 무주군 마케팅 지원계장은 말했다. 때마침 이곳을 찾은 임순자(55·서울 하월곡동)씨는 “와인 맛도 좋지만 동굴카페가 정말 운치 있고 좋다”고 말했다.

터널 입구에는 농특산물 판매장과 전통찻집을 겸한 2층 건물이 있어 특산품인 천마(天麻)와 호두, 표고, 벌꿀 등도 판매한다. 무주지역 경작지 대부분은 양토와 사양토로 구성돼 있어 머루 재배에 적합하다. 무주군 내 120여 농가가 머루 재배를 해 연간 355t 정도 생산한다.

사진·글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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