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첫 방학 대학생 학비벌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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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방학 때마다 충남당진 고향집에 내려가 학생과외를 하며 학비를 벌었던 단국대 金모 (25.도시계획과4) 씨는 올 여름방학때 학교 교직원 식당에서 설거지 일을 하게 됐다.

시간당 3천5백원의 허드렛일이지만 그나마 식당 직원에게 통사정해가며 얻어낸 것. 서울 S여대 吳모 (21) 양은 다음달부터 한 신문사의 문화센터에서 누드 크로키 모델로 선다.

시간당 2만원. 가정형편 때문에 직접 학비를 벌어야 하는 吳양은 학교 장학과에 3개월전 일자리 신청을 했지만 연락이 없어 지난달 누드모델을 했던 친구를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 이후 첫 여름방학을 맞는 대학가에 눈물겨운 아르바이트 구직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과외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지 오래고 흔했던 기업체.백화점.구청 아르바이트 얻기도 이번 방학때는 바늘구멍이 된 상태. 지난해 여름방학기간에 70여명의 보조인력을 고용했던 종로구청은 올해는 20명 미만으로, M백화점도 예년의 1백명 선에서 올해는 3~4명으로 축소했다.

학교 장학과도 속수무책. 고려대의 경우 1학기동안 2천여명의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신청했으나 3백여명에게만 일자리를 구해줬다.

사정이 이렇자 학생들은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험한 일에 나서거나 신종 직종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지방을 돌며 도로포장공사를 하는 I실업은 최근 모집한 인부 7명을 모두 대학생으로 채웠다.

간판 청소업체인 Y실업도 학생들이 몰려 10여명의 학생들을 고용하기로 했으며, 서울동대문구 D주유소에서는 대학생 3명이 10대 청소년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다.

광고벽보 붙이기.학습지 배달.오토바이 특송업체에서도 대학생을 찾기 어렵지 않다.

누드모델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누드모델협회장 하영은 (30) 씨는 "올들어 대학생들이 대거 진출해 모델료가 4만원대에서 절반으로 떨어졌다" 고 말했다.

이상언.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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