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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철의 증시 레이더]원화 절하압력 외국인 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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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은행주를 둘러싼 활발한 손바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이 어느 정도 희석됐거나 반대로 구조조정을 앞두고 차라리 태풍의 핵인 은행주가 의외로 안전할 수 있다는 보기에 따라선 지극히 맹랑한 논리가 먹혀들었다.

여하튼 '엔화폭락' 이라는 복병이 출현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종합지수는 지난 토요일 (13일) 가까스로 3백을 지켰지만 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87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급히 통계를 찾아보니 당시 370개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은 26조원, 하루 평균거래량은 2천만주였다.

엔화약세는 우선 우리 상품의 수출여건을 불리하게 만든다. 일본은 벌써 자국의 수출상품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불행히도 우리는 수입원자재, 외화부채 등으로 인해 가격경쟁에 융통성이 별로 없다. 엔화약세는 결국 원화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엔.달러환율이 미.일 양국의 경기실상을 반영하는 한 엔화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유일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미국은 자국의 경기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팔짱을 끼고 있다.

엔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5월말 기준으로 13일 현재 엔화가 달러대비 3.9% 하락했는데 원화는 엔화에 비해 4.2%, 달러에 비해 0.4% 오히려 상승했다.

경상수지흑자.외자유치 등으로 외환보유고가 증가해 외환수급상황이 안정됐다는 주장이지만 개운치 않다. 그래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다니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원화가 절하압력하에 있는 한 외국인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특히 홍콩등 비교적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환율동향에 촉각을 세운다.

미국의 장기투자자들은 김대통령이 미국방문중 약속한 "한국은 투자하기 좋은 나라" 를 어떻게 실행에 옮기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 첫 시험대가 '빅딜' 과 이번주말로 예정된 퇴출기업명단 발표다. 발표도 중요하지만 예상되는 후유증을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해한다.

시야를 조금 넓혀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난 1월중순 한국을 비롯 동남아 주식시장이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인 것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된데 기인했다.

그러나 3월이후 이 지역은 급속한 경기위축, 본격적인 기업구조조정, 인도네시아사태 악화, 엔화약세 및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으로 인해 다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내주가도 혼돈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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