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언어장벽이 부른 어이없는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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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아이구! 이거 되게 낮은 볼이잖아!" "뭐라고? 너 입 닥쳐!" " (뭐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되게 낮다고!" " (욕을 더 못듣겠다는 듯) 퇴장!" 14일 잠실구장. 프로야구 LG - OB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OB의 흑인용병 타이론 우즈와 문승훈 주심 사이에 오간 이 대화는 '언어의 장벽' 이 얼마나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낮은 볼이다" 라며 'Fucking' 이라는 영어를 섞어 목청을 높인 외국인 선수나 입 닥치라며 "Shut up!" 만 반복하다 퇴장의 칼을 뽑아든 심판. 결과적으로 의사소통이 안된 탓에 생겨난 불상사였다.

상황은 이렇다.

볼카운트 2 - 2에서 바깥쪽 아슬아슬한 볼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하자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고 삼진에 기분이 상한 우즈는 "It' s a fucking low ball." 이라고 내뱉었다.

그러자 'Fucking' 이라는 단어에 놀란 심판은 "Shut up!" 을 연발하다 우즈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Fucking' 이라는 단어는 분명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말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사무실에서 쓰일 때와 운동장에서 사용될 때 그 의미는 다를 수 있다.

TV에서 할 수 없는 말이 동료들 사이에서 얼마든지 오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마주본 채 "Shut up!" 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권위주의적이며 모욕적일 수 있다.

심판은 경기를 함께 풀어가는 판정관이다.

결코 우월한 지위에서 권위를 내세우거나 명령하는 지도자적 위치가 아니다.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공정성' 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 망할 놈의 (Fucking) 권위주의부터 버리자.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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