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지 않고 맛있어요” 태국인 입맛 사로잡은 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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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가 생각보다 맵지 않네요. 맛도 좋아요. 주위 사람들에게 한국 김치를 추천해 주고 싶어요.”

태국 수도 방콕 중심가에 위치한 반카피백화점에서 20일(현지시간) 농촌진흥청 주최로 ‘한국 김치의 날’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태국인들이 김치 담그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김치의 날 행사는 현지에서 24일까지 열린다. [농촌진흥청 제공]


태국 여행잡지 ‘시크 트래블’의 야타 칸챠나타카풍양 편집장이 김치를 맛본 소감이다. 그는 21일 태국 방콕의 뱅카피 백화점에서 열린 ‘한국 김치의 날’ 행사에 참석해 난생처음 김치를 경험했다.

농촌진흥청(청장 김재수)이 한식 세계화의 일환으로 마련한 이 행사는 20일 시작돼 24일까지 계속된다. 20~21일 이틀에 걸쳐 매일 1000명이 넘는 방콕 시민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이다. 풍미식품을 비롯한 참가 업체들은 김치 이외에 ‘초콜릿 김치’ ‘김치 샌드위치’ 등 김치를 처음 접하는 태국인들을 위해 다양한 응용 요리를 제공했다.

농촌진흥청 한식세계화 연구단의 김행란 전통한식과장은 “태국인들이 고추를 비롯한 매운 음식에 익숙해 매운 한국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며 “이곳에서 많이 나는 죽순 등을 넣은 김치를 개발한다면 태국에서는 비빔밥이나 불고기보다 김치가 한식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숌차이 태국 농업개발연구청장은 “김치가 영양학적으로 뛰어난 식품이라고 들었다”며 “태국 사람 입맛에는 그리 자극적인 편이 아니어서 앞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31년째 현지에 거주하고 있다는 교포 김부원(프로 타이 대표)씨는 “태국은 다른 동남아와 달리 한식이 뿌리내리지 못한 곳”이라며 “이번 행사가 한국 음식문화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뒤늦은 3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 덕분에 김치를 비롯한 한식에 대한 태국인들의 인식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며 “태국에선 드라마 ‘대장금’에 이어 가수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탤런트 이민호가 한류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일찍이 태국에 진출한 일본 식당들이 반찬으로 내놓는 바람에 김치를 일본 음식으로 오해하는 태국인들이 많다”며 “김치를 반찬 대신 애피타이저나 간식거리로 즐기는 태국인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방콕(태국)=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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