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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조각상 돌려다오, 아크로폴리스의 소리없는 외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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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18면

그리스 아테네를 방문하면 누구나 아크로폴리스를 오른다. 인류가 남긴 최고의 문화유산 파르테논 신전을 보기 위해서다. 관람객은 복원공사가 한창인 신전을 한 바퀴 돈 다음 바로 곁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물관은 고대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하에 지어졌다. 지혜의 상징인 올빼미 조각상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박물관에는 아크로폴리스에서 발견된 유적이 전시됐다. 파르테논 신전, 에레크테이온, 그리고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과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발견된 대리석 조각이 대부분을 이루었다. 걸작 ‘송아지를 멘 사람’과 파르테논 신전의 박공 일부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박물관은 2007년 문을 닫았다. 새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지어졌기 때문이다.

‘엘긴의 마블’ 위한 새 박물관 개관

새 박물관은 아크로폴리스 남동쪽 비탈 가까이에 세워졌다. 스위스 출신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의 설계로 3층에 연면적 2만5000㎡ 규모. 디자인은 직육면체를 어긋나게 쌓아놓은 형태다. 특징은 벽과 지붕을 유리로 덮어 관람객이 아크로폴리스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 박물관에는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하던 조각작품을 돌려받겠다는 그리스인의 의지가 숨어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1687년 오스만 튀르크와 베네치아의 전쟁 때 크게 부서졌다. 튀르크 군의 화약고로 쓰이던 신전에 유탄이 떨어져 폭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테나 여신의 탄생’과 ‘아테나와 포세이돈의 싸움`을 묘사한 박공 조각, ‘판 아테나이아 제전’을 묘사한 160m 길이의 장대한 프리즈는 기적적으로 손상을 입지 않았다. 그런데 19세기 초 영국 외교관 엘긴이 그 유적을 모두 떼어갔고 현재는 런던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그리스인은 독립 후 ‘엘긴의 마블’(작은 사진)이라고도 불린 파르테논의 조각을 돌려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영국은 반환을 거부했다. 구실 중의 하나는 “돌려줘도 보관할 곳이 없지 않은가?”였다.

엘긴의 마블을 위한 공간은 새 박물관 설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새로 지어진 박물관에는 큰 갤러리가 마련됐다. 박물관 측은 개관 초 6개월간 입장료를 1유로만 받기로 했다. 텅 빈 갤러리에 입장한 관람객은 진한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이제 영국이 대답할 차례다. 박물관은 20일(현지 시간) 문을 연다. 사진은 18일 저녁에 열린 개관행사 리허설 모습이다.

글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사진 아테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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