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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孝사상, 중국에 수출한다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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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한국교회의 중국 선교에 신경을 곤두세워온 중국에서 한국 개신교의 유력인사를 초청해 대학 강단에 세우는 이례적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주인공은 한국의 원로 목사인 최성규(68)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 그는 4월17일 베이징(北京)사범대학과 인민대학에서 중국의 내로라 하는 철학 전공 석·박사 교수들을 상대로 효(孝) 사상을 강연했다.

한국교회, 복음 전파에만 주력하고 성경적 삶 실천에는 소홀… 성경적 孝 사상 중국에서 더 주목받아 #이 사람 - 최성규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

효 운동의 원조임을 자처하는 중국에서, 더구나 중국의 전통 사상과 가치를 연구하는 철학원에서 한국의 효 운동을 배우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성산효대학원대학교가 지난 12년 동안 체계적으로 정립한 효 이론과 그 적용을 중국이 높이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학원대학교는 학사과정 없이 석·박사 과정만 있는 대학을 말한다. 5월7일 중국에서 효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최성규 총장을 인천순복음교회에서 만났다. 그는 31년간 목회활동을 해왔고, 지금도 인천순복음교회 담임목사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 개신교의 보수와 진보를 각각 대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회협의회(KNCC) 회장을 모두 지내 교계 안팎에서 지명도도 높다.

孝로 성경 읽기 시도

- 얼마 전 중국 인민대학 철학원에서 효(孝)에 대한 강의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기독교 목사를 초청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입니다. 어떤 내용의 강의였나요?

“사실 아직 중국에서 목사를 초청하는 것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 자격으로 갔습니다. 강의 주제도 ‘효(孝), 3통7행(三通七行)’이라고 해서 효는 종교의 차이, 시대의 차이, 이념의 차이를 초월해야 하며(三通), 이를 위한 실천 덕목으로서 7가지, 즉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기고 순종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어린이와 가족을 사랑하며, 나라와 자연을 사랑하고, 이웃 섬김과 인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7행(七行)을 설파했죠.”

- 반응은 어땠나요?

“물론 좋았죠. 오늘날의 효는 과거처럼 내 부모를 공경하고, 죽은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것은 ‘소효(小孝)’, 즉 ‘가족(Family)효’에 불과하죠. 제 주장은 ‘삼통칠행의 효’는 가족의 범위를 넘어서는 대효(大孝)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족 간의 효를 넘어 가정·사회·국가·세계·자연이 모두 조화(Harmony)를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효, 즉 ‘대효’고요. 이런 말을 효의 영어식 발음 표기(HYO)에 빗대 ‘노장의 조화(Harmony of Young and Old)’라고 풀어 설명해 중국 학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죠.”(웃음)

- 현직 목사님이시면서 효 사상을 이끄신다는 것이 이색적입니다. 효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제가 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좀 뜬금없기는 한데, 1995년 6월29일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500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던 그 참사에서 11일 만에 최명석 씨가, 13일 만에 유지환 씨가, 그리고 17일만에 박승현 씨라는 젊은이 등 세 명이 구출됐습니다.

그들의 기적적인 구출 장면을 보면서 저는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젊은이 세 명을 살려주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당연히 그들이 기독교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이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인지 찾아봤죠.

답은 그들이 모두 효자·효녀라는 것이었어요. 저 스스로 충격을 받았죠. 그러던 중 신약성서 디모데전서 5장4절에 ‘부모공경(filial piety)’이라는 말이 바로 효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또 출애굽기 20장12절 말씀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성경을 효의 관점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성경이 효의 사상으로 읽히는 거예요.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분명히 우리에게 효를 말씀하고 계셨는데, 그동안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죠.”

이 대목에서 인터뷰에 동석했던 장영철 성산효복음연구소장은 “최 총장님은 효사상은 목회사상으로서의 효”라며 “성경을 한국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무엇인가의 답으로써 ‘효’를 찾으신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다시 최 목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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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무엇입니까? 명령과 약속의 말씀 아닙니까? 그렇다면 효는 무엇입니까?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신앙적으로 보면 예수님께서 우선 그렇게 사셨죠. 아버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면서….

제 눈에 이 세상 최고의 효자는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지키라고 내리시는 명령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것을 추려보면 크게 7가지입니다. 앞서 말한 칠행(七行)이 그것을 정리한 것이죠. 물론 예수님께서 그것을 다 지키고 사신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하나님 공경 없는 부모 공경은 효가 아니고, 부모 공경이 없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라고 설교합니다. 신앙인의 삶은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을 일점일획이라도 변함없이 실천하는 것입니다. 제가 펼치는 효운동은 ‘성경적 효’이죠. 성경적 효운동이란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을 실천하는 운동이고요. 십계명에서도 효는 대신계명과 대인계명을 잇는 고리입니다.”

- 성경적 효운동을 교회 울타리를 넘어 일종의 사회운동으로까지 확산시키고 계십니다.

“저는 교회가 성도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길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길, 먼저 해야 할 일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죠. 그 동안 한국 교회는 구원의 복음은 잘 전했습니다만, 생활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소홀했습니다. 한마디로 기독교인들이 사회에서 칭찬받는 시민으로 살지 못했던 것이죠. 이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성경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경대로 살 수 없으니 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목회자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성경대로 살지 못한 것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크게 7가지로 정리한 7행은 한국교회가 실천해야 할 성경적 효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오효림 월간중앙 기자 [hyolim@joongang.co.kr] 사진■박상문 월간중앙 사진팀장 [moonp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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