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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일본 자동차사에 눈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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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유럽과 일본 자동차업계의 짝짓기가 한창이다. 주가 폭등과 달러.마르크화 강세를 등에 업고 구미 업체들이 기술.생산 능력이 뛰어난 일 업체들을 집중 공략하는 양상이다.

미 GM은 미쓰비시자동차로부터 직접분사식 저 (低) 연비 가솔린엔진인 GDI엔진 기술을 도입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가 96년8월 실용화한 이 엔진은 연비를 30%정도 개선하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줄인 신형 엔진. GM은 미쓰비시자동차와 제품조달 교섭도 병행하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또 스웨덴 볼보와 한국 현대자동차에도 이미 GDI엔진기술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회사) 는 닛산디젤을 매수키로 한 데 이어 모기업인 닛산자동차와 포괄적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다임러는 연비를 대폭 향상시키는 닛산자동차의 무단 변속기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닛산디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직접분사식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있어 매수 표적이 되고 있다.

GM과 다임러의 협상이 각각 성공할 경우 일본의 5대 자동차업체중 도요타.혼다를 빼고는 모두 미.유럽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셈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미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인데다 지구온난화 방지협약에 따라 2010년까지 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 삭감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자동차 전문가들은 "구미 업체들이 5억~10억달러가 필요한 신형 엔진을 자체 개발하기보다 일 기업을 매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는게 보다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고 설명했다.

주가 폭락과 엔화 약세로 일본 자동차업체의 시장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도 한몫 하고 있다.

주식 시가총액 기준으로 도요타자동차가 13조엔 (약 1백30조원) , 혼다가 5조엔에 이르지만 닛산.미쓰비시는 각각 1조엔과 3천4백억엔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경기 침체로 도요타.혼다를 제외하고는 일 기업들의 체력도 크게 약화진 상태다.

그만큼 헐값에 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 자동차업계에 대한 구미 기업들의 기업인수.합병 (M&A) 공세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세계 자동차업계의 지각변동을 뜻한다.

도쿄 = 이철호특파원 〈leechulh@red.an.egg.o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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