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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활개]우울한 현실의 '환상유혹'…적발 35% 급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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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건축자재 중간도매상 柳모 (36.대구시서구비산동)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젊은 사장님' 이었다. 그러나 IMF체제 이후 건축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형편이 달라졌다.

외상 수금이 종전의 10%에도 미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결제해야할 가계수표.어음 등이 1억5천만원이나 돼 파산위기를 맞았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柳씨는 친구를 통해 알게 된 히로뽕에 의지해 괴로움을 잊어오다가 지난 3월 경찰에 구속됐다.

각종 마약류가 우울한 사회 현실을 틈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연예인.술집 종업원 등 주로 특수직업 종사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마약. 그러나 IMF체제 이후 자영업자.회사원.주부 등 일반인의 마약복용이 급증하고 심지어는 거래에까지 가담하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 3백76명이던 마약사범이 2월 4백57명, 3월에는 5백28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3월까지 1천3백61명이 검거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9명에 비해 34.9%나 늘었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느는 것은 실업.경기침체 등의 현실도피 수단으로 마약을 선택하기 때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李수정 (28) 상담원은 "사업실패와 실직 등으로 좌절에 빠져 마약을 복용했다가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이 한달에 평균 30여명에 이른다" 고 밝혔다.

마약공급 조직이 시장확대를 위해 가격을 크게 낮춘 것도 최근 마약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의 하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히로뽕 1회 투약분의 암시장가격이 15만원선이었으나 올들어 대구.부산 등 일부 지역에선 3만~4만원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마약이 확산되면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일반인들조차 마약조직과 손을 잡고 판매에 나서거나 생산지에서 직접 히로뽕 등을 밀반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회부 기동취재팀 = 신중돈·김상우·장혜수 기자

〈jd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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