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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입수 외환위기 관련 김영삼 전대통령 답변서 전문 요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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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음은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이 검찰에 보낸 답변서 요지.

문) 11월7일 김인호 (金仁浩) 경제수석 주재로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외환위기 관련회의에서 외국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났는데 회의결론과 경제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나.

답) 보고받았다.

중앙은행간 자금교환 형식으로 1백억달러를, 정부채권 발행으로 1백억달러를 조달키로 했다는 것과 모든 대책을 다 해보고도 안될 때는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키로 했으며 그 경우에 대비한 사전준비를 논의했고, 최종 방침이 결정될 때까지는 그 부분의 보안을 유지한다는데 합의를 보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金수석에게 "경제부총리가 10일 별도로 금융외환안정 종합대책 보고를 하라" 고 지시했다.

문) 11월10일 姜부총리로부터 '금융.외환안정종합대책' 을 보고받았나.

답) 姜부총리는 금융외환안정 대책의 골격으로서 환율대책.종금사정리.부실채권 조기정리.유동성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대안을 설명했고, IMF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나는 금융외환위기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과 IMF지원을 받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문) 11월10일 姜부총리로부터 보고받을 때 열람한 보고서는 원 보고서에 기재돼 있던 'IMF, 일본 등과 외자조달협의' 부분이 삭제된 것으로 재경원 공무원이 姜부총리의 지시에 따라 보고 직전 관련부분을 삭제하고 다시 만든 것이다.

姜부총리는 당초부터 이 부분을 보고할 마음이 없었다고 보이고 따라서 IMF관련부분은 보고되지 않았고 당연히 검토지시도 할 수 없었을 텐데.

답) 姜부총리로부터 IMF 긴급구제금융을 받을 수도 있다는 합의를 보았다는 것과 그 경우를 대비한 모든 검토를 하고 있다는 것과 확정될 때까지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틀림없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틀림없다. 문) 10일 오후 전화로 홍재형 (洪在馨) 전 부총리로부터 외환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보고받은 일 있나.

답) 있다.

문) 당시 洪전부총리의 보고내용은.

답) 외환위기가 심각하니 IMF구제금융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문) 洪부총리의 보고내용은 姜부총리나 金수석의 보고내용과 큰 차이 있었나.

답) 큰 차이 없었다.

경제팀 의견은 IMF 지원전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취해보자는 것이었고 洪전부총리는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문) 洪전부총리의 보고에 놀라 이경식 (李經植) 전한은총재에게 전화해 구체적인 외환상황에 대해 물은 사실이 있나.

답)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단지 다른 방법을 취해 보고 IMF로 갈지 아니면 당장 갈지의 판단에 참고하기 위해 물어본 것이다.

문) 李한은총재가 당시 IMF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건의했다는데.

답) 李총재는 IMF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洪전부총리로부터 11일 재차 전화로 외환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보고 받았나.

답) IMF에 조속한 자금지원 요청을 하는 게 좋겠다는 내용과 미국.일본과의 양자간 협상에 의한 자금조달은 어려우며 IMF가 먼저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문) 12일 김광일 (金光一) 정치특보로부터 윤진식 (尹鎭埴) 비서관을 통해 외환위기 상황에 대한 긴급보고를 받을 것을 건의받았나.

답) 11일 洪전부총리의 전화 직후 金경제수석에게 전화로 IMF 협조금융 문제의 추진상황을 물었다.

金수석은 적극적으로 검토중이고 이른 시일 안에 부총리가 최종 의견을 결정,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12일 金특보가 전화로 "尹금융비서관의 얘기를 들어보니 외환위기가 급박해 당장 IMF지원을 안받으면 한달안에 국가부도가 날지 모르는 데 부총리나 수석은 다른 방법만 강구해 걱정" 이라고 했다.

그래서 尹비서관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문) 尹비서관의 보고 내용은.

답) 洪전부총리 의견과 거의 같았다.

문) 尹비서관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나. 답) "충분히 참조하겠다" 고 했다.

경제부총리를 금융전문가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尹비서관에게 "금융전문가는 누구냐" 고 물었다. 尹비서관은 洪전부총리라고 대답했고, 나는 "임창열 (林昌烈) 통산부장관은 어떠냐" 고 물었다.

그는 "그분도 적격자" 라고 대답했다.

문) 바로 그날 姜부총리와 金수석의 경질문제를 검토했는가.

답) 어차피 IMF지원을 받아야 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로 부총리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문) 홍재형.이경식.윤진식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외환실상을 자세히 알게된 뒤 IMF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결단을 내린 것인가.

답) 그렇지 않다.

11월10일 IMF지원을 받기 전 다른 방법을 취해 본 후 최후로 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 IMF로 갈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할 것을 경제팀에 지시한 상태에서 이틀간 세 사람의 의견을 듣고 IMF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 방향에서 검토할 것을 金수석에게 지시한 결과 14일 경제부총리와 한은총재의 보고를 받을 당시 확정적으로 IMF지원을 결정했다.

문) 세 사람의 보고를 듣고 金수석에게 "IMF로 가야 하느냐" 라고 물은 적이 있나.

답) 11일 洪전부총리와의 전화통화후 즉시 金수석에게 IMF지원요청 추진상황을 물었고, 金수석은 "곧 경제부총리가 건의할 것" 이라고 말했다.

문) 그 이후 97년 11월14일 종합대책 보고시 姜부총리와 金수석에게 IMF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했는가.

답) 적극적인 검토지시는 11월10일 이미 했고 11월14일 보고시에는 IMF지원금융을 받기로 확정해 시행토록 지시했다.

11월14일 오전8시15분쯤 경제부총리와 한은총재가 본인의 집무실에서 (대통령.비서실장.경제수석이 배석) IMF의 협조융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최종건의 및 그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내용, 이에 대한 대책들은 금융개혁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는 점을 보고했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는 IMF의 지원을 받는 데 따르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부담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했다. 그러나 내 판단으로는 어떤 부담이 있더라도 당장 IMF지원금융을 받지 않고는 머지않아 국가부도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인식 때문에 단호히 IMF지원을 받도록 재가하고 즉시 IMF측과 협의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정기국회가 18일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채 사실상 종료되자 금융개혁법안을 제외한 부분으로 준비했던 '금융시장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종합대책' 은 19일 발표하기로 했고 19일의 발표시 사전 보안유지와 발표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IMF지원을 받는 문제는 발표자인 姜부총리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발표키로 모든 준비를 했다.

문) 늦어도 97년 10월말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상황을 상세히 보고받았다면 범정부적인 대응기구를 구성해 정책을 펼 수 있었을 것이고 그 경우 97년 봄 한보사태 이후와 같이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거나 IMF로 가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답) 97년 10월말 이전에는 경제가 어렵기는 해도 외환위기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외환위기 (파이낸셜 크라이시스)' 란 '외환관리가 어려운 사태' 라는 개념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외환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즉 보유외환이나 차입 등 정상적인 거래방법에 의해서는 대외지급에 필요한 외화를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 뚜렷해졌을 때로, 예컨대 IMF 등의 도움 없이는 대외지급이 조만간 불능에 이를 만한 상황'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가 감지된 것은 11월 초순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문) 97년 10~11월 국가경제위기 상황에서도 姜부총리는 금융개혁법안의 국회통과에만 주력함으로써 한은과의 갈등을 초래하고 나아가 외환위기 대처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답) 금융부분의 구조적인 잘못을 개선하지 않고는 금융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금융개혁법안의 조속한 입법조치는 반드시 필요했고, 만약 이뤄졌다면 대외신인도를 크게 높여 IMF지원을 받더라도 훨씬 효과적이고 유리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 97년 11월19일 신임 林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나 그 이전에 IMF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확정한 사실 및 이를 그날 오후 5시 기자회견때 발표하기로 예정한 사실을 각하께서 직접 林부총리에게 고지한 바 있나.

답) 여러차례 있다.

11월12일이나 13일께 IMF지원금융을 받게 될 것이고 그 적임자는 임창열 당시 통산장관이라고 생각해 林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환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IMF지원금융을 받아야 하는데 林장관을 그 책임자인 경제부총리로 임명할 생각이라고 말해줬고 그 후에도 11월17일까지의 사이에 몇차례 전화로 같은 뜻을 말한 사실이 있다.

11월17일 오전 아태경제협력체 (APEC) 참가를 위한 관계관 준비회의를 본인 집무실에서 연 후 林장관을 혼자 남으라고 하여 IMF구제금융을 받는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林장관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한다는 말을 거듭 말하였고, 11월16일 IMF측과 상당한 협의를 했다. 현재 금융개혁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므로 국회가 끝나는 19일에 임명할 것이다, 준비를 잘하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

사후에 김인호 경제수석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그날 林장관은 나의 말을 듣고 나서 경제수석실에 들러 'IMF로 가는 모양이지요' 라고 물었고, 金수석은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는 사항인데 林장관이 이를 아는 것을 보면 대통령과 독대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생각해 이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IMF지원협상을 시작, 3백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도록 캉드쉬총재와 합의한 사실을 말해줬다고 했다.

본인이 林부총리에게 IMF지원금융을 받는 것을 포함해 姜부총리가 추진해온 사항을 잘 승계받아 발표하라고 했다.

그런데 林부총리는 그날 저녁 대책발표를 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미 확정돼 있던 방침과는 달리 IMF지원금융을 받지 않겠다고 하기에 본인도 놀라서 김용태 (金瑢泰) 비서실장에게 지시해 林부총리에게 연락해 IMF행을 발표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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