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수의 버디잡기]연속 OB 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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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8홀을 라운드하는 동안 골퍼의 심리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수도 없이 천당과 지옥을 오고간다. 초보일수록 한타 한타에 표정이 달라지고 심리상태가 요동을 친다.

골퍼라면 핸디캡에 관계없이 이러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홀에서 잇따라 OB를 두세차례 낸다든지 벙커에서 허덕대다 간신히 탈출하는 경우다. 더욱이 동반자는 물론 뒤팀까지 보고 있는 가운데 연속적으로 OB를 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국내 골프장의 여건상 티샷에서 연속 OB는 거의 없다. 티샷을 다시 하려면 "OB티에서 치세요" 라는 캐디의 권유 아닌 권유를 듣기 때문이다. OB티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OB가 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쳐야 한다.

국내 프로대회에서 연속 OB의 비공식 기록은 세차례다. 불명예의 주인공은 96, 97년 국내 상금랭킹 1위인 최경주. 이 기록은 96년 관악CC에서 벌어진 포카리오픈 2라운드에서 작성됐다. 최경주는 1번홀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OB.다음 샷 역시 같은 코스. 그 다음 샷은 오른쪽 숲속행. 의당 얼굴이 시뻘개질 만한 상황이었으나 최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는 여유까지 보였다.

연속 미스샷이 발생할 때는 정신이 혼미해지기까지 한다. 이럴 때 묘약은 없다. 다만 한가지 세트업 과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양발을 가지런히 모은 다음 어깨선 및 허리선을 비구선과 평행하게 만들고 스탠스를 잡는다. 또한 클럽 페이스를 스퀘어로 놓기 위해 공 1m 전방 (비구선상) 의 중간 표적물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손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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