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상철의 중국 산책] 중국 유학, 생존률 10%의 싸움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3일 중국 톈진(天津)의
난카이(南開) 대학을 찾았습니다.

'인민의 총리' 저우언라이는
난카이 대학 1회 입학생이었지만 졸업은 못했지요.

원자바오 현 총리는
난카이 중학(중고교)에서 6년을 수학했구요.
(난카이 학교는 현재 초,중고, 대학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중국 10대 명문 대학 중
규모는 제일 작지만 아담하고 또 당찬 모습인 게 난카이 대학입니다.

교수진만 100명이 넘는다는 역사학과,
그리고 화학과 등은 중국 내 최고라고 합니다.

본과생 1만2000명, 석박사생 1만명의
난카이 대학에 유학중인 외국 학생은 약 2350명.
이 중 약 30%가 한국 유학생이라고 하니 700명 가량 되는 셈입니다.
(톈진에서 유학하는 한국 학생은 어림잡아 5000명 정도)

이런 설명을 난카이 대학의 국제학술교류처 처장인
가오하이옌(高海淵) 박사로부터 들을 때는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특히 인구 1억 가까운 산둥성에서 매년 난카이대학에 들어오는
학생 수가 불과 65명일 정도로 난카이가 명문 대학임을 감안하면 더 그랬지요.

헌데 이어지는 설명에 뜨악해지고 말았습니다.
한국 유학생의 졸업 비율이 학과별로, 그리고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 때문이었지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난카이의 700명 한국 유학생 중
제대로 졸업하는 한국 학생은 70명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거 참, 그렇다면 나머지 630명은 학위증도 못받고 도대체 무얼 한다?
(사실 이는 중국에 유학하는 모든 한국 학생들에게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여기엔 중국 대학과 한국 유학생 쌍방의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먼저 중국 대학의 문제점을 보지요.
첫째, 돈벌이에 급급한 중국 대학의 '너그러운' 입학 제도입니다.
앞에서 언급됐듯이 난카이 대학은 남한 인구 두 배의 산둥성에서
한 해에 불과 65명만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들어가기 힘든 곳입니다.
반면에 외국 유학생 입학에 대해선 너무나 관대하게 문이 열려 있지요.

왜 그럴까요.
중국 학생들의 몇 배나 되는 등록금을 외국 학생들이 내기 때문이지요.
외국 유학생들한테 받는 등록금으로
중국 학생들을 '싸게' 공부시킨다는 말도 나올법 한 일이지요.

둘째, 중국 대학의 다소 '몰인정'한 학생 관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국 교수진으로부터 한국 유학생들이 특별한 보살핌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석박사 코스는 경우가 다릅니다만)
(난카이대학의 경우 이같은 문제점 극복을 위해
유학생 개개인의 학업을 책임질 교수를 임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세째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입학은 관대하게 허용하면서 졸업에 관해서는
중국 현지 학생들과 경쟁시켜 엄하게 하는 것도
한국 유학생들의 중국 대학 졸업률을 확 떨어뜨리는 이유지요.

이번엔 한국 유학생들의 문제점을 보지요.
애초 한국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던 학생들 경우엔 별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공부를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기회를 찾아서, 또는 이런저런 이유 등으로 인해
난카이 대학 등과 같은 중국 명문 대학에 유학을 오게 된 학생들입니다.

입학은 쉽게 했는데
중국의 수재들과 경쟁을 해야 하니,
그것도 한국말도 아니고 중국말로 경쟁을 해야 하니,
더욱이 홈그라운도 아닌 상대편 진영에서,
게다가 우리식 룰도 아닌 상대팀의 룰과 심판에 맞춰 경쟁해야 하니,
그 결과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이 경우 보통만 따라가도 대단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라는 말은 틀리지 않지요.

원래 '공부 도사'도 아니었던데다
물 설고 말 설고 아는 이도 없는 타향 땅에서,
그래도 고향의 부모님 기대는 저버리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졸업은 해서 '학위증' 받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을 만나 보고, 또 생각하자니 마음이 아리기만 합니다.

일각에선 물론 '공부 열심히 안해 그렇다'는 질책도 나옵니다.
그러나 솔직히 모두가 다 공부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자, 그렇다면 난카이 대학의 경우와 같이
수료는 하되 '학위증'을 받지 못하는 630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는 비단 유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양국의 우호는 양국 인민들의 우호에 달려 있고,
양국 인민의 우호는 양국 청년들의 우호에 달려 있다"고 말을 했지요.

4년 공부하고도 졸업장은 구경도 못하는데
어떤 우호의 감정이 생겨날 수 있을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학위증도 못챙긴 유학생이 자신의 유학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요.

올바른 유학 문제와 관련한
여러분들의 건설적 아이디어들을 많이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제 생각엔 그저 유명세에 팔려서
꼭 졸업도 힘든 중국 명문 대학으로만 유학갈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