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要式' 이 돼선 안될 재산등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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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김영삼 (金泳三) 정부에 이어 두번째로 공직자들의 재산이 투명성을 검증받게 된 것이다. 벌써부터 ▶재산이 지나치게 많다거나 ▶형성과정에 의혹이 있고 ▶재산규모를 축소신고한 것 같다는 등 잡음이 많아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거리다.

본래 공직자 재산등록은 새로 취임한 공직자의 재산축적 과정이 정당한가를 살펴보고 재직중 부정한 축재를 하지 않도록 감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검증이다.

부정.비리.투기 등 떳떳지 못한 방법으로 재산축적을 한 사람은 고위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등록된 재산의 형성과정에 대한 엄정한 실사 (實査)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취임때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았던 주양자 (朱良子)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산등록 공개과정에서 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3월초 30억여원이라고 밝혔던 재산이 불과 40여일만에 45억여원으로 14억여원이 늘어났으니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당시 朱장관은 "80년대 이후에는 새로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 고 강조하는 해명서까지 배포했으니 어느 한쪽은 거짓말인 셈이다. 많은 재산이 부동산투기로 증식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에서 朱장관은 이를 명쾌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공직자들이 조금이라도 줄여 신고하려는 경향도 문제다. 값나가는 보석이나 골동품.미술품 등을 신고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그 증거다. 또 공시지가나 과표 등 가장 낮은 평가기준을 찾기에 급급한 것이라든지, 상당수 공직자가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계가족 재산의 등록을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재산이 많다는 것은 잘못일 수 없고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 비리 유혹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가난한 공직자보다는 오히려 부유한 공직자가 바람직할 수도 있다.

더구나 장관.차관 등 고위 공직자는 우리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인 만큼 재산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공직자가 등록재산을 숨기거나 줄이려 한다는 것은 축재과정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거나 자신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등록재산의 엄정한 검증과 함께 공직생활 마감후의 재산 증감 내역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김영삼 정부때도 재산등록때는 떠들썩했지만 정작 그들이 그만둔 뒤에는 공직 재임중 재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밝힌 적이 없었다.

최근 검찰이 지난 정부의 실정 (失政) 을 수사하면서 당시 고위 관료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는 것도 공직자 재산등록제가 성과가 없었음을 나타낸 것으로 봐야 한다.

현행 공직자 재산등록제는 강제성이나 처벌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의 양심과 정직성이 생명이다.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민간단체.언론기관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들이 일과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공직자 재산의 투명성을 계속 감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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