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으로 중국도 매우 격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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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대통령이 4일 “북한 핵실험으로 온 세계가 놀랐다”며 “미국과 일본도 ‘북한에 더 이상 끌려다녀선 안 되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보였고, 중국도 매우 격앙됐다”고 말했다. 7대 종단 대표와의 오찬 간담회에서다.

최근 정국 상황과 관련해 종교계 원로들의 고언을 듣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과거 남북 간 합의인 6·15 선언, 10·4 선언에 반대한다는 오해가 있다”고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나는 ‘모든 남북 간 합의서를 존중하고, 이행 방안을 만나서 협의하자’고 일관되게 말해 왔다”며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나라는 있지만,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선 “외교와 경제는 A학점을 받을지 몰라도 정치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소통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칭찬만 난무해선 안 되며, 칭찬과 비판의 두 날개가 정부 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한 참석자는 “더 여유를 갖고 국민을 설득하는 자세를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뜻밖의 국사로 인해 많이 상심했을 것”이라며 거듭 애도의 뜻을 표했다.

서거 정국과 관련해 참석자들 사이에선 “일부 방송의 보도엔 문제가 있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거나 “부정부패 단속이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말없는 다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 참석자는 일부 대학교수의 시국선언에 대해 “지식인의 상징들이 왜 북한의 핵실험이나 세습은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찬엔 운산 태고종 총무원장(불교),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개신교), 김희중 주교(천주교), 최근덕 성균관장(유교), 이성택 교정원장(원불교), 김동환 교령(천도교),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불교계에선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초청 대상이었으나 개인적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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