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SBS'그것이 알고싶다'…대졸미취업자 26만명 실태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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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사상 최대의 실업사태 속에서 적자생존에 쫓기며 몸부림치는 소시민들의 안간힘은 실업문제가 더 이상 고립된 소수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시름으로 다가온다.입사가 결정되고도 발령이 무기한 연기된 채 방치된 신규 채용자나 입사한 지 20일 만에 회사 부도로 다시 방황 길에 내몰린 대졸자. 사회적 관심에서도 멀어진 이들은 IMF시대의 또다른 희생자들이다.

소위 '캥거루족' . 1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대졸자들이 놀고 있다' (기획 홍성주.연출 이은우) 는 규모와 수치 등 양적으로만 접근하던 실업인구의 사각지대, 미취업 20대 대졸자들의 존재와 실태를 촘촘한 모자이크 기법으로 관찰, 이슈화되지 못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대졸 미취업자들은 그동안 직장에서 쫓겨난 실업자들로 인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못했던 것이 사실. 틈새를 포착한 안목이 돋보였던 것은 지난해 12월 입사 후 바로 대기발령 상태에 들어간 성수동 소재 중소기업 신입사원 50여명의 방황을 통해 20대 실업문제의 만성화 가능성을 예고한 문제제기였다.

4년제 전기과를 졸업한 어느 미취업자의 일과를 통해 보여준 취재내용도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 낼 만 했다.그의 일과는 하루 용돈 3천원을 아끼기 위해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취업 재수생으로 만원인 도서관에서 또 한장의 이력서를 채우는 고단한 일상이 반복될 뿐이었다.

카메라는 경제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벗어나지 못한 이들 '캥거루족' 의 비애를 사실적으로 잡아냈다.허위.과대광고로 미취업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악덕 학원에 대한 집요한 추궁도 사회적 공분을 끌어낼 만큼 집요했다.

이 학원은 "메이크업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면 안정된 직업이 보장된다" 는 명목으로 고가의 재료를 강매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그것이 알고싶다' 팀은 폐원조치된 학원들이 버젓이 영업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손을 쓰지 않는 중구.서부 교육청의 직무 태만을 고발, 경종을 울렸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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