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복 '일상속으로'…교복·원복등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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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9일 오전 11시 서울 능동의 선화유치원 달님반.여느 유치원과는 달리 30여명의 어린이들이 알록달록한 색동저고리를 입고 선생님의 율동에 맞줘 춤을 추고 있다.지난해까지 보통 유치원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이 유치원은 지난 3월 개원과 함께 양장대신 생활한복을 원복으로 채택, 원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원생 박이은 (朴利恩.6) 양은 "유치원에 다닐때 예쁜 한복을 입고 다니니 아저씨.아줌마들이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셔서 기쁘다" 고 말했다.

생활한복 바람이 학원가에 불고 있다.국제통화기금 (IMF) 의 영향으로 '우리것을 찾자' 는 사회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생활한복을 교복이나 원복으로 채택하는 고등학교나 유치원이 늘고 있는것. 올 3월부터 생활한복을 원복으로 채택, 2백50여명의 원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 분당 세화유치원의 김정숙 (金貞淑.48.여) 원장은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어릴때부터 아이들에게 우리것의 소중함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기도록 하기 위해 우리옷인 생활한복을 원복으로 정했다" 고 말했다.

학원가의 생활한복 열기에 불을 지핀 곳은 진주 삼현여고. 지난해 12월 국내 고교 가운데에는 처음으로 15일부터 입게될 봄가을용 교복을 생활한복으로 정했다.

최문석 (崔文錫.57) 교장은 "처음에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주변의 반대도 많았지만 지난해 교복발표회를 통해 생활한복을 선보인후 학생과 학부모들이 옷이 편하고 학생다워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교복을 입지 않았던 삼현여고는 교복착용을 1학년은 '필수' , 2.3학년은 '선택' 이라는 조항을 달았지만 벌써 2학년의 과반수 이상이 교복을 입겠다며 구입에 나설 정도로 인기다.

생활한복을 원복으로 채택하는 유치원도 크게 늘었다.생활한복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서만도 전국 20여곳이 생활한복을 원복으로 채택하고 있다.

생활한복업체인 돌실나이의 정정아 (鄭貞兒.29.여) 씨는 "올해들어 부산.울산등 5~6곳의 유치원으로부터 원복용으로 6백여벌의 단체주문이 들어왔다" 면서 "예전에는 대학생들로부터 단체주문이 들어온적은 있으나 어린이용 생활한복의 단체주문은 올들어 처음" 이라고 말했다.

여럿이 함께의 서경아 (徐景兒.29.여) 대리도 "올해 처음 군산의 유치원 1곳으로부터 주문을 받았다" 며 "예전에 거의 없던 어린이용 생활한복 주문상담도 요즘엔 일주일에 3~4건 정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생활한복은 활동성이 크게 떨어졌던 종래 한복의 바지단이나 옷고름을 개량해 착용감과 활동성을 높인 것. 가격도 기존 원복과 별 차이가 없어 학부모.학생들의 반응도 좋아 앞으로 학생복 활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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