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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인터넷 망 설비 정부서 지원…중복투자 낭비 없앤 싱가포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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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이 웹2.0 시대에 한발 깊숙이 들여놓았음을 절감한 5월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사이버 공간의 추모 열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생전 모습이 사용자제작콘텐트(UCC) 동영상과 추모곡·웹툰·사진·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트로 만들어져 인터넷 구석구석을 채웠다. 어느새 인터넷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이번 일은 우리의 소통 방식과 문화가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 광경을 목도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경구가 문득 떠올랐다. 우리의 소통 문화는 급변하는데 한국이 국가 또는 기업 차원에서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담을 만한 새 부대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오피니언 리더들이 아직도 낡은 사고방식에 묶여 있는 건 아닌지, 차세대 인터넷 열기를 효과적으로 수용할 인프라와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기업과 정부는 미래를 향한 투자 계획이나 관련 법규 정비에 얼마나 진력하고 있는지 사뭇 궁금했다.

일례로 한국은 여러 통신 사업자들이 제각각 벌여 놓은 사업을 하기 위한 별도의 망을 설치해 이를 수요자에 직접 제공한다. 또 이런 망을 활용한 서비스도 직접 제공한다. 이에 따라 사업자 간의 경쟁이 과도한 수준에 이른다. 투자 중복은 사업성을 약화시키는 건 물론이고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점에 관해 싱가포르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나라는 인터넷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정부가 교통정리하는 데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인터넷 열기가 확산되면서 생길 수 있는 중복투자를 막으려고 인터넷 망 설비 사업(NetCo)은 전담 사업자가 정부 지원 아래 망 작업을 한다. 대신 음성·데이터·영상 같은 기본 서비스 사업(OpCo)과 교육·의료처럼 설치된 망 서비스를 근간으로 한 부가서비스 사업(RSP)은 별도 사업자들의 신청을 받아 비즈니스 기회를 준다. 불필요한 영역의 과당경쟁을 막고 국민 모두 인터넷에서 언제 어디서든 골고루 새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도 인터넷 혁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틀을 갖춰 나가야 한다. 정부정책이나 인터넷 사업 방식, 기성세대들의 인식을 바꿔 새로운 인터넷 시대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강성욱 시스코시스템즈 아시아지역 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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