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스타일]록음악 뿌리탐구…70∼80년대 주옥같은 앨범 재발매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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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흔히들 유행가로 칭하는 대중가요. 잠시 사랑을 받다가 금방 잊혀진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하지만 과연 그럴까.

낯선 이름 '동서남북' .80년 "비바람이 불어도 먹구름이 와도 나 그대 찾으리 - " 라는 가사의 서정적 노래 '하나가 되어요' 로 알려졌던 대학생 그룹사운드다.

멤버는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의 작곡자 이태열, 서울예전 교수로 재직중인 박호준 등. 이들의 유일한 앨범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 가 최근 재발매됐다.

그것도 듣기 난해하고 복잡스런 아트록 음반만 내고 있는 시완레코드에서. 70~80년대 한국 록과 포크 음반을 다시 출반하는 '한국록 재발매 시리즈' 의 첫 작품으로 말이다. '우연히' '건널 수 없는 강' 등이 수록된 이정선의 7집 '30대' (85년) 도 2탄으로 나왔다. 시완레코드는 앞으로 독특한 음색과 창법의 여가수 김정미의 2.3집 (72.73년) 과 '아름다운 강산' 이 담겨있는 장현의 데뷔앨범 (70년) 등 신중현 사단의 앨범을 재발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별리' '새야' 가 수록된 김수철과 작은거인의 2집 (81년) , 조하문의 대학생 시절 밴드 마그마의 '해야' (81년) 도 내놓을 예정이다.

아트록 전문가이자 SBS FM '0시의 리퀘스트' 진행자인 성시완 사장이 밝히는 발매 동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복원하고 이들 아름다운 노래의 주인공들을 재평가하자는 것이죠. " 기존 음반사인 지구레코드도 '산울림' '활주로' '송골매' 의 음반을 재발매중이다. "지난해의 록음악 붐에 맞춰 산울림 12집, 송골매 4집까지의 모든 앨범을 CD로 만들었다.반응은 생각보다 좋다. " 기획자 송권철씨의 말이다.

이 회사는 최근 전인권.강인원.이주원 등이 결성했던 '따로 또같이' 1집을 발매한데 이어 대학가요제 시리즈도 기획중이다.

또 '디 오리지널 (The Original)' 앨범에는 훗날 리메이크된 '하늘색 꿈 (로커스트)' '사랑하기 때문에 (조용필) ' 등의 원곡과 함께 '보너스' 로 건전가요 4곡도 담을 예정이다. 하지만 재발매 작업이 쉽진 않다. 우선은 마스터 테이프 (음반제작을 하기 위해 녹음한 테이프) 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개인의 소유인 경우도 많아 어려움은 더하다.

게다가 희귀한 마스터 테이프를 소유한 음반사들이 '히트곡 모음집' 용으로는 판권을 주지 않는 점도 애로사항. 그러나 이 작업에 뛰어든 사람들의 의욕은 대단하다.

성시완씨는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 음악의 뿌리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 말한다. 대중음악의 역사복원 같은 것이다.

행여 이는 우리의 '집단적 망각' 증상을 치유하는 출발점이 될지 모를 일이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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